믿고보는 무경 유니버스
미스터마플 2026/02/18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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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9년 명성아파트
- 무경
- 15,750원 (10%↓
870) - 2026-02-11
: 6,280
1939년 명성아파트(무경, 래빗홀)
#서평단
믿고 보는 무경작가가 다시 한건 해냈다. 본인 스스로 '역사적 고증에 집착하여 하나하나 따지던 고질을 놓고 편안하게 썼다'고는 하지만 마치 1939년 경성에 와 있는듯한 생생한 시대감과 공간감을 느낄수 있는 '무경 유니버스'의 신작이다.
이 작품은 흑백요리사2 결승전의 최강록 음식같다. 겉으로 보기엔 일제 강점기 경성의 아파트를 배경으로 하는 소박한 이야기 같지만, 그 안에 작가가 독자를 위해 세심하게 준비해 놓은 이스터 에그들이 가득하다. 아니 어떤 장치들은 단지 재미가 아니라 이 작품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필수 요소이기에 이스터 에그가 아닌 퍼즐조각이라 해도 되겠다.
먼저 이 작품은 작가가 그간 잘해왔던 두 가지를 버리고 시작한다. 하나는 악마로 대변되는 어두우면서 냉소적인 작중 분위기이며, 다른하나는 작가의 정체성인 '부산'이다.
작품의 화자가 (비록 똘똘하다고는 하지만) 열두세살의 어린 여자아이이자 식모인 '입분'이기에 작품의 분위기는 마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처럼 풋풋하다. 또한 작가가 작품초반 별다른 사건을 일으키지 않고 1939년 경성의 분위기와 명성 아파트의 인물들을 차분히 묘사해 나가기에 언뜻보면 미스터리보다는 역사소설 같은 느낌도 든다.
하지만 무려 130여페이지 가까이 공을 들인 세계관은 첫 시체 등장이후 139페이지부터 시작되는 2장부터 빛을 발하게 된다.
독특한 아파트의 구조부터 개성 넘치는 인물구성과 작위적인 등장인물들의 행동과 발언에 이르기까지 마치 무언가 수상쩍고 위험한 분위기가 형성되는데, 영특하지만 아직 세상경험이 부족한 입분의 시선에서 하나하나 사건들이 이해되고 정리되어 나가는 재미가 의외로 쏠쏠하다.
후반부의 힘이 좋은 무경작가답게 탄탄한 중반부 이후 반전과 재반전으로 이어지는 충격적인 결말은 상당히 인상적 이었으며, 산뜻하면서도 차기작의 여운을 살짝 남기는 에필로그까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작가가 고증에 힘을 뺐다고는 하지만 작품의 구성 자체에는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는 전개였다.
'멋진 집이지만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이 다 멋진것 같진 않다'는 캐치프레이즈와는 반대로 들여다보면 들여다볼수록 더 멋지게 느껴지는 좋은 작품이었다. 차기작은 또 어떤 새로운 시도로 독자들을 놀라게 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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