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작 연작단편집
미스터마플 2025/03/29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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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0) - 2025-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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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밥장인이 섬세하게 만든 스시 오마카세를 먹은 느낌.
단순히 식초에 양념된 밥에 대충썬 생선회를 달랑 올린 초밥한피스가 아니라 '미스터 초밥왕'에서 보듯이 쌀과 물의 산지, 철에 맞는 생선과 조업시기, 가장 맛있는 부위 선정과 칼질의 각도까지 모든걸 세심하게 고민한 예술작품 한점이다.
너무도 섬세하기에 이것저것 신경 썼구나, 이런저런 영향을 받았구나 정도 짐작만 했는데 작품 말미에 나온 작가의 말과 무려 노리즈키 린타로가 쓴 친절한 해설을 보니 개인적인 감상에 대한 확인과 확장이 이루어지며 전율이 느껴졌다. 역시 알고먹어야 더 맛있다.
작가의 말과 해설에 너무도 자세히 작품의 가치가 설명되어 있긴한데, 개인적으로 느낀 이 작품의 대표적 특징은 5개 단편의 완벽한 내적 완결성, 작품간 느슨한 연결성, 단편 배치 순서의 예술성이다
먼저 엄청 흡인력있거나 박진감 넘친다고는 못하겠지만 깔끔하고 아름다운 문체와 안정된 필력을 기반으로 곤충이라는 특이한 소재의 신선함을 더하고 꽉짜인 구조로 단편의 기승전결을 완성했다. 각 단편이 그 자체로 기승전결을 가지면서 크게 흠잡을 데 없이 전개된다.
미스터리적으로도 깔끔하고 적당한 충격적 반전이 있긴한데, 첫 두편을 읽고 살짝 실망하기도하고 심심하기도 했다. 특히 두번째 단편 '염낭거미'는 좀 으잉? 스러웠는데 뒤의 해설을 보니 작가의 전작과 대응하기 위한, 뒤의 마법같은 세편을 위한 일종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되어있어 사후 이해했다.
첫 두편에서 탐정으로서의 정체성 부족을 넘어 캐릭터적 불명확성까지 보여 불만이었던 주인공 '에리사와 센'의 서사는 세번째 단편부터 과거와 현재를 드나들며 소개되는데, 이때부터 주인공의 인물상이 구체화되면서 그간의 모호함을 내던져버리고 가슴을 저리게 하는 마법같은 마지막 단편까지 힘있게 독자를 이끈다.
작가는 이를 의도적으로 '과도한 캐릭터화를 피하기 위해 그라데이션이 느껴지게끔 주인공의 내면을 변화시키는' 기법이라고 소개했는데,
일본 추리작가 협회 심사평에서도 '연작단편집의 배열이 뛰어나다. 특히, 후반부 세 편에서 탐정 역할인 에리사와 센의 삶이 점차부각되며, 마지막 이야기의 결말이 첫번째 단편과 호응하는 구성이 인상적'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는 작품의 몽환적이면서도 다소 쓸쓸한 분위기가 요네자와 호노부의 '안녕 요정' '왕과서커스' 및 '추상오단장' 등과 유사하다고 생각했는데, 작가의 말에서 요네자와 작가에게 영향받았다고 쓴 걸보니 완전 틀린 추측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초반부에는 '붉은 박물관' 정도 느낌으로 적당히 재밌지만 다소 심심했으나, 자신의 몸을 새끼들에게 먹이로 내주고 죽는다고 소개된 '염낭거미' 처럼 첫 두편을 마지막 세편의 자양분으로 삼아 이야기타래를 새로운 차원으로 인도한 작가의 배려와 역량이 느껴진 걸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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