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문학에 sf를 얹다
미스터마플 2024/07/12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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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원우
- 15,120원 (10%↓840)
- 2024-07-10
- : 1,150
그 어떤 sf와도 다른, 아니 굳이 sf라는 틀 안에 가두고 싶지 않은,
그저 '이야기'라 칭하고 싶은 세개의 멋진 단편을 모아놓은 책.
일단 단편들의 줄거리는 가벼운 sf물 느낌이다. 타임머신을 통해 죽음을 앞둔 친구를 구하고, 초능력을 통해 국정원이 만든 비밀감옥으로부터 탈출하며, 인간에 대한 개의 무한한 사랑을 동력으로 우주를 구한다(늑대인간의 도움을 받아).
하지만 이 고급진 소설을 이렇게 폭력적으로 줄이는건, 프로축구 경기를 '다 큰 어른들이 서로 공 가지고 놀겠다고 땀뻘뻘 흘리며 뛰어다니는것'으로 요약하는 것과 같다. 그 바보같은 어른중 호날두라는 아저씨는 마흔 넘어서도 정신못차리고 노는데도 연수백억을 버는데도 말이다.
이 책의 고급진 느낌은 잘 쓴 장르소설에서 느껴지는 쾌감이라기 보단 '순문학' 에서 느껴지는 위태위태한 정갈함에 가깝다.
심완선 평론가가 지적했듯이 세편의 주인공들 모두 지나치게 감수성이 예민하고 스트레스를 잘 받는, '자신에게 매몰되는' 전형적 순문학 주인공 유형이기에 지켜보기가 불안하지만 그 불안함이 고급진 문장과 잘짜인 구조속에 안정적으로 가둬져 있다.
또한, '타는 목마름으로'를 외치는 듯한, 민주주의를 논하며 대학가 술집에서 막걸리 한사발을 나누는 듯한 어찌보면 지금 시대분위기와 다소 어긋나는듯한 갬성도 이러저러한 서브컬쳐의 활용과 무거울만해지면 그 무거움을 덜어주는 소설적장치들 덕에 재출시된 진로 소주처럼 레트로하지 올드하진 않다.
이러한 완급조절은 거의 언어의 마술사가 아닌가 싶은 작가의 능수능란한 글솜씨 덕일듯 하다. 그야말로 술술 읽히는 비단결같은 글의 질감덕에 sf적 가벼움과 사회비평적 무거움사이의 균형감이 잘 유지되며 다른걸 다 떠나 '이야기로서 재미가 있다.''
감명깊었고 감동적이었으며 재밌는데다 뒷맛까지 상큼한,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독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추천할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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