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사람이 쓴 '먼나라 이웃나라' 일본 바로읽기.
최근 장르소설계 장안의 화제인 '명탐정의 제물'을 보다 보면 '동조압력'이라는 말이 나온다. 사실 명탐정의 제물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익숙한 많은 일본 추리소설에 등장하는 주제로 다수가 소수에게 어떤 가치관을 무비판적으로 강요하고 이를 거역하는 사람들을 맹비난하고 괴롭히는 것이다. 이지메도 이러한 압력의 일환이라 볼 수 있다.
많은 일본소설들을 읽으면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일본 국민들만의 폐쇄적인 문화가 있음은 어렴풋이 느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감이 안와서 늘 갈증이 느껴졌다. 특히, 사회시스템이 잘 갖춰진 선진국이라 자부하던 일본이 현실세계에서 코로나19 대응에 있어 너무도 무방비한 모습을 보이면서 이러한 궁금증은 커져만 갔다.
47년생 도쿄출신의 일본인 생물학자가 쓴 이 책 '자숙을 강요하는 일본'은 노교수의 통쾌한 자아비판을 통해 이러한 갈증을 해소해주는 사이다 같은 책이었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재미와 교양을 동시에 잡은 책으로서 메모하며 읽을 정도로 정보는 물론 통찰력이 뛰어난 책이었다.
저자는 일본 국민들에 대해 '가축화'되어 있다고 신랄하게 비판한다. 안전보다 안심을 택하는 일본인은 국민의 약 90%가 정부의 통제에 순종하며, 한국과 달리 자신의 힘으로 세상을 바꾼 성공경험이 없기에 비참한일이나 재해가 발생하면 자연현상이 어쩔 수 없다고 포기한다고 한다. 왠지 소설에서 많이 쓰여 우리 귀에 생생히 들리는 듯한 표현인 '네에 그렇군요'가 그 대표적 반응이다.
또한, 특별한 사람을 용납하지 않고 하향 평준화를 추구하는 교육제도의 폐해, 2차대전의 패전의 경험 등 사회, 역사, 문화적인 고찰을 통해 일본사회가 과거 버블경제기의 향수에 젖어 발전하고 있지 못함을 넘어 국민적 좌절(프러스트레이션)을 겪고 있다고 분석한다. 상사가 정답을 정하고 자기는 따를 뿐인 책임회피 시스템이 '신념보다 분위기로 움직이는 일본'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한가, 저자가 말하듯 '민주화의 성공경험'을 바탕으로 일본의 경제력 마저 따라잡고 있다고 자만에 빠져있을 수 있을까. 이 책을 읽고서 추리소설 강국으로서만 인식하던 일본의 민낯을 보고 작품들에 대한 이해가 보다 깊어진 느낌도 들었지만, 그토록 폐쇄적인 문화속에서 이토록 용감한 자아비판과 성찰을 하는 용기가 우리에게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