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단톡방에서는 새해를 맞는 인사 문자들이 이어졌으며 회사의 90년대생 어린이들은 늙은 부장과 카운트다운의 기쁨을 나누고 싶기라도 한지 자정 언저리로 자꾸만 새해 인사들을 보내왔다. 그리고 부정하기 힘든 사실은 많은 현대인처럼 내가 SNS 중독이라는 점이다. "12시 선후로 30분만이라도 좀 홀리하게 보낼 수 없겠어?" 이렇게 말하는 동거인의 기대가 무엇인지 이해하면서도 사실 고깃기름이 배어난 불판과 계속 울리는 폰을 앞에 두고 그러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생활의 적나라한 장면이 펼쳐진 공간에서 그 구구절절한 시간의 맥락과 훅 단절하려면 공들인 연출이 필요하다.」 지금 되짚어보면 적어도 8시에는 식사를 시작해서 11시에 마치고, 테이블의 고깃기름을 닦아낸 다음 환기를 하고 초 몇 개만으로 어둑한 조명을 켜는 준비 정도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P166
「사실 가장 든든한 건 이 컨설턴트가 그 어떤 경우에도 보여주는 나에 대한 믿음이다. 내가 충분히 능력이 있고, 성실한 품성을 지녔고, 전력을 다해 스스로를 발전시키려 한다는 그런 믿음은 아주 가끔 내 자존감이 쪼그라들 때조차도 티 없이 단단해서, 계속해나갈 힘을 준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나 역시 동거인에 대해그런 신뢰를 갖고 있다.」 책을 같이 쓰기로 하면서도 이미 네 권이나 책을 낸 김하나 작가가 나보다는 더 큰 몫을 해내리라는 믿음이 있으니까. 컨설턴트가 상담료는 특별히 동거인 가격으로 1회가격 500원에 해주겠다고 했는데, 아무래도 1000원 정도로는 더써야지 싶다.- P1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