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시위, 투쟁, 노동조합, 탄압, 검열....... 두렵고 거북스런 말들이다. 그런데 이 책에는 이런 말들이 가득하다. 나도 어릴 적 공단에서 자라서 노동자들의 시위를 보면서 자랐고, '노태우 물러가라'를 따라하며 놀았고, 중학생 때 최루탄 맛을 보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말들이 가슴 속에서 깔끄럽게 굴러다닌다.
송경동 시인은 '여느 시인들처럼 / 꽃을, 사랑을 노래하'는 시인은 되지 못했다. 문신처럼 현실을 몸에다 새긴 시를 받아써왔다. 문학의 꿈을 꾸던 어린 소년, 잡부 숙소에서 책을 읽던 청년, 새끼목수, 배관공, 각종 시위 현장에서 찢어지고 깨지며 분노를 삼키는 인간의 모습이 바로 송경동의 진짜 얼굴이다. 날것의 감성과 진심, 인간에 대한 폭넓은 사랑이 이 책의 바탕을 흐르는 본질이며 송경동 시인이다. 그 대가로 그에게 남은 것은 육체적인 상처와 구속, 범죄자라는 낙인뿐. 송경동 시인의 밑바탕에 깔려 있는 이런 본질을 읽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자본은 스스로의 몸집을 더 크게 하기 위해 더 많은 비도덕과 악행을 낳았다. 이에 따른 해고자와 철거민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저항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권력은 몸집을 키우기 위해 약한자를 누르고 마지막 동전까지 뺏으며 심지어는 그들의 생각까지도 가두고 싶어하는 것이다.
해방, 희망버스, 자유, 민주주의, 복지정책까지도 아직까지 조심스럽고 거북하다. 이 책을 읽고 그가 아름다운 시를 쓰게 되기를, 좋은 말들을 오독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오기를 꿈꿔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