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안녕하세요, 낯선 분!" [광고]
이 말은 소설집 속 다섯 편의 단편 중 가장 재미있게 읽은 <무덤 위의 승리>에서 가장 뭉클했던 문장이다.
죽어가는 화자의 친구 '링크'에게는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전처 '리즈'가 있다. 그녀가 세상에서 유일하게 기억하는 사람은 수십 년 전 남편이었던 링크뿐이다. 그리고 폐암 4기로 죽음을 앞둔 링크에게 매일 전화를 걸어 리즈가 이야기 나눌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은, 다름 아닌 그녀의 현재 남편 '맬컴'이다.
자신의 얼굴도 알아보지 못하는 아내가 유일하게 기억하는 사람이 전남편이라는 현실을 마주하는 일. 매일 그에게 전화를 걸어 아내가 즐겁게 통화하는 것을 지켜보는 일. 자신에게도 "안녕, 낯선 사람!"이라 말하는 아내를 바라보는 맬컴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우리는 누구나 죽음을 향해 살아간다. 결국은 닿을 곳이고 평등하게 마주할 시간이지만, 우린 죽음을 떠올리는 일에 익숙하지 않다. 소설이나 영화 속 주인공의 죽음을 통해 가끔 나와 가족의 마지막을 구체적으로 상상해 보다가도, 가슴이 너무 뻐근해져 서둘러 상상을 멈추곤 한다. 하지만 이런 상상은 결국 삶과 건강, 그리고 가족의 존재에 대한 감사함으로 이어진다.
미국 문학계에서 '세기적인 천재 작가'라 불리는 데니스 존슨이 간암 투병 중 병상에서 완성한 이 소설들이 가치 있게 느껴지는 이유다. 난해하고 혼란스럽고 우울하다가도, 문득 웃기고 슬프고 뭉클하게 만드니까.
<바다 여인의 선물> (표제작)
연결성 없는 꼭지들의 향연에 처음엔 당혹스러웠다. 그럼에도 감탄하게 되는 부분은 굉장히 디테일한 심리 묘사였다. 특히 「카사노바」의 화장실 장면이 그랬다.
"창자에 불이 붙은 것 같았다. 처음에는 몸이 이 굴욕을 감내했지만, 곧 영혼도 굴욕을 당한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다. 누군가 화장실에 들어와 내 옆 칸을 선택했기 때문에."(p.147)
<교살자 밥>
약물 사용이 난무하고, 철창을 기어오르는 기이한 모습이나 이웃의 아내와 관계를 맺고도 죄의식 하나 느끼지 못하는 뻔뻔함 때문에 솔직히 불편함이 더 컸던 작품.
<아이다호의 별빛>
알코올 중독 치료 센터에 있는 '캐스'가 엄마, 형, 아빠, 할머니, 의사, 심지어 사탄에게 끊임없이 써 내려간 편지 형식의 단편이다. 치료제인 '안타부스'의 부작용을 함께 경험하는 기분이 들 정도로 혼란스럽다. 중독의 대물림이 씁쓸하지만, 두서없는 문장들이 의외로 흥미진진하게 읽힌다. 한때 약물과 알코올에 빠졌던 작가의 실제 경험이 있었기에 나올 수 있었던 '필터 없는 문장'이 아닐까.
<도플갱어, 폴터가이스트>
엘비스 프레슬리의 숨겨진 쌍둥이 형제와 음모론에 몰두하는 천재 시인 마커의 이야기. 굉장히 신박한 소재이지만, 개인적으로 엘비스에 대한 팬심이 없다 보니 큰 흥미를 끌지는 못했다.
나는 쉽지 않은 책을 정복하길 좋아하는 편이다.
솔직히 첫 읽기만으로는 완전히 소화하기 무리가 있었기에, 다음 기회에 온전히 정복해 보리라 다짐하게 된다. 문학 좀 읽으시는 분들이라면 충분히 구미가 당길 법한, 도전 욕구를 자극하는 소설집이다.
@dasanbooks
@ekida_libr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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