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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머루님의 서재
  • 나에게는 새의 말이 들린다
  • 스즈키 도시타카
  • 17,100원 (10%950)
  • 2026-05-27
  • : 12,360



[도서협찬]

 

<나에게는 새의 말이 들린다>

스즈키 도시타카

오팬하우스

 

 

우리 아파트는 작은 산을 등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단지 내에서 꽤 많은 동물을 볼 수 있다. 가끔 새벽에는 너구리와 마주치기도 하고, 참새, 까치, 비둘기, 물까치 등 꽤 다양한 새들도 자주 찾아온다. 가끔은 까마귀나 딱따구리, 이름 모를 새가 날아들기도 한다.

 

하루는 까치와 물까치가 누구 목소리가 더 큰지 겨루듯 깩깩대며 다투는 모습을 보며 눈살을 찌푸린 적이 있다. 사람이나 새나 싸우는 소리는 유난히 시끄럽게 들리기 마련이다. 그러면서도 내심 '도대체 뭐 때문에 저리 치열하게 다투나' 궁금했는데, 만약 새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저자 스즈키 도시타카는 어릴 적부터 자연과 생물을 탐구하는 데 열정적이었다. 그는 학자가 되면 평생 좋아하는 동물을 관찰하며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연구자가 되기로 마음을 굳혔다. 어린 나이에 이토록 하고 싶은 일이 확고하게 생긴다는 건 정말 큰 축복이 아닐까. 그리고 그 열정이 지금까지 이어진다는 것 역시도.

 

 

 

저자는 대학교 3학년 시절, 나가노현의 가루이자와를 방문해 일주일 동안 탐조하며 박새의 울음소리가 '치지지지', '삐삐삐', '쯔비ㅡ', '삐삣', '칫칫' 등 놀라울 정도로 다양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어쩌면 이 울음소리마다 각기 다른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이 새의 언어를 연구하게 된 시작이었다.

 

 

식량 사정이 혹독한 겨울, 사람들이 뿌려놓은 해바라기씨를 발견한 북방쇠박새가 다른 박새와 곤줄박이, 동고비 친구들을 불러 함께 먹는 모습은 무척 감동적이었다. 동물에게 '사람보다 낫다'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게 아닐까 싶다. 나 같으면 그저 감동하는 데서 그쳤을 텐데, 저자는 그 행동 뒤에 숨은 진짜 의미를 연구하기로 마음먹었다.

 

 

석 달 동안 박새에 대한 데이터를 모은 끝에, 저자는 박새들이 귀한 먹이를 굳이 친구들과 나눠 먹는 이유가 천적인 맹금류를 함께 경계하기 위해서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수가 많을수록 방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스즈키 박사가 대학 시절 스승이자 알바트로스를 멸종 위기에서 구한 조류학자 히로시와 소통하는 모습을 보면서는, 좋아하는 일을 함께 나누며 토론할 수 있는 동료가 있다는 게 참 멋지고 부러워 보였다. 우리가 책친구들과 독서모임을 할 때 느끼는 충족감, 그 이상이지 않을까?

 

 

 

이 책을 읽다 보면 이렇듯 사랑스러운 순간들을 자주 마주하게 된다. 스즈키 박사가 힘들게 설치해 둔 새집에 박새가 구경을 와서 기웃거리는 모습, 우연히 낡은 시멘트 담 구멍에서 새끼를 키우는 박새를 보며 마음속으로 파이팅을 외치는 모습, 설레는 마음으로 새집을 하나하나 열어보는 모습, 심지어 스즈키 박사의 부모님이 고향 집에 찾아온 박새 새끼를 지키려고 직접 박새 소리를 내며 고양이를 쫓아내는 장면까지.

 

 

거기다 대상을 자세히 살피고 탐구하는 열정, 연구비를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며 새집을 만드는 정성, 그리고 힘든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끈기를 잃지 않는 유쾌한 성격은 이 책을 한층 더 매력적으로 만드는 포인트다.

 

 

 

저자는 박새가 단순히 소리를 내는 것을 넘어 어휘를 사용하고, 문장을 만들며, 간단한 문법까지 갖추고 있음을 증명해냈다. 이로써 '동물 언어학'이라는 새로운 지평을 개척한 공로로 영국 동물행동연구협회에서 가장 영예로운 국제상까지 거머쥐었다. 그의 열정과 의지가 진심으로 눈이 부셨다.

 

 

이 책을 덮고 오늘, 설레는 마음으로 아파트 뒷산에 올랐다. 눈을 크게 뜨고 숲을 두리번거리며, 귀를 쫑긋 세우고 새들이 말을 걸어주길 기대했다. 마침 까치와 이름 모를 새 한 마리가 푸덕거리며 소리를 내고 있길래 열심히 귀를 기울여 보았지만, 아쉽게도 책에서 배운 박새의 정교한 언어는 들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 책은 나에게 무용할까? 전혀 그렇지 않다. 그동안 무심히 지나치던 새들의 날갯짓에 눈길을 주고, 그들의 소리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게 만든 것. 우리가 자연과 야생 동물의 삶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궁금해하도록 그 다정한 관심을 심어준 것만으로도 이 책은 이미 나에게 충분히 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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