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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머루님의 서재
  • 수평선 너머
  • 벤자민 마이어스
  • 16,650원 (10%920)
  • 2026-05-22
  • : 3,940



[광고]읽은 분들이 입을 모아 극찬한 책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너무 기대하지 말아야지 하고 첫 장을 펼쳤는데... 첫 장부터 재밌고 난리다.

 

 

「차를 내리고 만트라를 중얼거린다.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젊은 때다” 그러나 입술 사이로 되뇌는 말은 어쩐지 공허하다. 나는 시간을 속일 수도, 나 자신을 속일 수도 없다. 지금 이 순간이 가장 나이 든 순간이며, 앞으로 더 늙어갈 일만 남았다.」 _p15

 

 

아마도 이 노인은 T일 거다. ㅋㅋㅋ

 

 

「가끔 몸이 버티는 건 오직 가느다란 기억 다발과 희망이라는 힘줄 덕분이라는 느낌이 든다. 마음이란 먼지가 수북이 내려앉은 박물관이다.」 _p16

 

 

이런 그도 풋풋한 소년의 때가 있었고, 기억을 통해 다시 소년으로 돌아가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소년이 어렸을 때 시작된 전쟁은 소년이 청년이 되었을 때 끝이 났다. 전쟁은 청년에게 아무것도 남겨주지 않았기에 그는 자유로웠고 배가 고팠다. 그래서 그는 탐험하고 싶은 욕구대로(어쩌면 억울하게 죽어간 또래들을 대신해서라도) 삶을 탐닉할 의무가 있었다.

 

 

「도시와 바다 사이, 부드럽게 물결치는 들판에 자리 잡은 시골 탄광 마을의 경계를 넘어 저 바깥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훨씬 더 많이 경험하고 싶었다. 나는 깜짝 놀라고 싶었다.」 _p24

 

 

열여섯의 로버트는 탄광 마을에서 태어나 아버지와 아버지의 아버지처럼 광부가 아닌 삶은 상상하기 힘든 환경이었지만, ‘본격적으로 노동을 시작하는 암울한 미래가 닥치기 전에’ 다른 세상을 한 번이라도 보아야겠다는 의지로 무작정 떠났다.

 

 

그리고 드디어 키도, 생각도, 배포도 다 큰 여성 ‘덜시’를 만난다. 어떤 편견도 없이 탄광촌 방랑 소년에게 차와 식사를 대접하는 덜시를 경이롭게 바라보다 나 같으면 그럴 수 있었을지 자문해 본다. 나는 분명 편견을 완전히 놓지 못한 채 그를 조금 경계하며 차를 대접했을 거다.

 

 

「낭만이란 게 꼭 사랑의 하트나 붉은 장미인 건 아니거든. 낭만이란 감정 그 자체고 자유란다. 모험과 자연과 방랑벽이 바로 낭만이지. 바다의 소리와 방수포를 때리는 빗소리, 풀밭 위를 가르는 대머리독수리, 아침에 일어나 오늘 하루가 어떤 날이 될지 궁금해하며 발견하러 나서는 것. 바로 그게 낭만이란다.」 _p139

 

 

얻어먹은 밥값을 하려고 시작한 잡초 제거는 생각보다 길어졌고, 잡초더미와 하나가 되어가고 있던 낡은 오두막을 손보는 일은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그 시간 동안 로버트는 변해갔다. 덜시의 맛과 영양 만점 음식과 문학과의 첫만남, 수영, 적당한 노동, 그리고 강렬한 햇살로 인해 변해가는 로버트의 몸과 마음을 보는 일은 은근한 행복감을 선사한다.

 

 

책 속의 모든 문장이 시적이고 아름답다. 은유와 재치 있는 유머를 품고 있으면서도 다정한데, 어딘가 우울한 구석이 없지 않은 매력이 넘치는 책이다. 독자로서 행복감에 젖기 충분하지만, 단 한 가지 동의하고 싶지 않은 부분이 있다.

 

 

“자살만큼 스스로를 세상에 드러내는 행위도 없잖니. 자살이란 고문받는 이의 차디찬 내면의 진실을 최종적으로 완전히 내보이는 일이야. 가장 웅장한 몸짓이지. 영원한 종결.” _p288

 

나는 누군가 이 문장으로 인해 자칫 자살을 웅장하고 고결한 고통에서의 해방으로 여기게 되진 않을지 노파심이 일었다. 아무리 힘든 삶이어도 내가 가늠할 수 없는 삶일 수 있음을 알면서도, 감히 살아내 달라 부탁하고 싶다. 그게 누구든.

 

 

덜시가 로버트에게 대학에 가길 권하면서 하는 말들은 이 책을 통틀어 나를 가장 울컥하게 만들었다. 자신의 환경적 제약을 몸으로 학습해버린, 오래 매여있던 짐승처럼 그 우리 안을 벗어날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청춘들이 얼마나 많을까? 모두에게 덜시 같은 어른이 나타난다는 보장도 없고 모두가 로버트처럼 운이 좋을 리 없지만, 그래도 “나는 이 정도 사람이야, 내가 어떻게 저렇게 될 수 있겠어?”라고 스스로 자기의 가능성을 제한하지 않으면 좋겠다.

 

 

이 소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하고, 내가 원하는 것을 찾는 일에 열심을 낼 수 있는 용기를 불어넣는 다정한 어른 같다.

 

 

훗날 늙고 나이 든 로버트는 말했다.

“나는 내가 살고 싶었던 삶을 살았고, 지금도 그렇다.”

나도 내 인생을 마무리할 때쯤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러려면 내가 살고 싶은 삶에 대한 고민을 지금부터 더 치열하게 해야겠다.

 

 

#수평선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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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키다서평단 @ekida_library

#소설추천#책리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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