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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머루님의 서재
  • 어느 날 책상이 뒤집혀 있었다
  • 세이야
  • 15,300원 (10%850)
  • 2026-02-19
  • : 1,760


[광고] 어느 날 책상이 뒤집혀 있었다

세이야 소설 | 이지수 옮김 | 리프

 

어느 날, 나는 하루아침에 '인싸'에서 '은따'가 되어버렸다. 책 제목을 내 경험으로 변조해 봤다. 초등학교 4학년, 부모님은 농사일에 지치셨는지 느닷없이 큰아빠가 계시는 경남 고성으로 이사를 결정하셨다.

 

떠나기 전 반 아이들 거의 모두를 불러 거창한 생일 파티 겸 송별회를 할 만큼 나는 인싸였다. ㅋㅋ 새로운 학교에서의 적응도 그다지 걱정하지 않았는데, 고성 시내에 있는 학교는 텃세가 심했다. 키 큰 여자 부반장은 대놓고 나를 배척했고, 주류였던 그 아이에게 대부분 침묵으로 동조했다. 늘 주류였던 내게 그런 경험은 생경하고 꽤 아팠다. 길지 않았던 고성 살이는 지루하고 외롭고 씁쓸했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

 

그래서인지 나는 이 책의 주인공 이시카와 이야기에 깊이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늘 친구가 많고 유쾌했던 이시카와가 고등학교에서 말 한마디 붙일 친구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 얼마나 당황스러웠을지 충분히 이해됐다.

 

이시카와는 모든 코미디 프로를 녹화해서 보고 스스로 대본을 직접 만들어 친구들 앞에서 선보일 정도로 유머를 사랑하는 밝은 아이였다. 초등학교, 중학교 내내 소꿉친구들이 있어 딱히 친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본 적 없는 이시카와는, 각 지역에서 모인 고등학교에서 처음으로 친구를 만들기 위해 애써야 했다. 긴장한 나머지 다소 무리한 개그를 던졌고, 재밌는 아이로 주목받고 싶었던 이시카와는 우스운 아이가 되어버렸다.

 

그때부터 구로카와 무리의 괴롭힘이 시작됐다. 어느 날 이시카와의 책상이 뒤집혀 있었다. 장난을 가장한 어깨빵, 반찬 수금, 강제로 닭볏 헤어스타일 만들기, 창밖으로 거꾸로 매달기... 괴롭힘의 강도는 갈수록 심해졌다. 이시카와는 차마 부모님께 알릴 수도, 선생님께 말해 고자질쟁이가 될 수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학교에 가지 않는 것은 그들에게 굴복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꿋꿋하게 버텼다.

 

「마치 누군가를 못살게 구는 것이 아니라는 양, 구로카와는 겉으로는 재밌는 놀이처럼 보이는 애매한 괴롭힘을 기획해 냈다. 요컨대 구로카와는 가해자 중에서도 가장 성가신 지능범 유형이었던 것이다.」 _p.47

 

「결국 집단 괴롭힘 피해자는 얽히고설킨 인간관계와의 두뇌 싸움에 내몰린다. 바로 이것이 현대 사회 속 괴롭힘의 복잡한 면모다.」 _p49

 

이시카와의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하고 탈모가 점점 진행되는 부분에서 마치 내 자식이 당하는 일처럼 속이 쓰렸다. 이시카와가 괜찮다고 했지만, 분명 괜찮지 않음을 알면서도 묵인하는 선생님이 실망스러웠고 구로카와 일당에게 분노했다. 침묵하는 반 아이들은 원망스러웠다. 물론 선생님의 개입이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안다. 가해자인 구로카와에게도 안타까운 사연이 있음을, 남의 일에 섣불리 끼어들다가 같이 왕따가 될까 두려운 아이들의 마음도 안다.

알지만 누구 하나만 용기를 낸다면, 모두가 주류나 권력 따위가 아니라 더 옳은 결정에 동조하는 사회라면 얼마나 좋을지, 그저 아쉽다. 💬

 

 

이시카와는 단단한 사람이었다. 그는 결국 자기만의 방식으로 평범하지만 소중한 고등학교 생활을 쟁취해낸다. 형편이 좋지 않지만 평범하고 단란한 가정에서 자라며 다져진 건강한 자존감 덕분이었을 것이다. 🌱

 

 

개인적으로 괴롭힘은 ‘공감의 부재’에서 시작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어린 시절 공감을 받아본 적도 없고 해본 적도 없이 자란다면 구로카와 같은 괴물이 될 확률이 높다. 나 또한 세 아이의 부모로서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 부모도 교사도 모든 어른도 사회도 함께 책임감을 가져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모든 아이에게 너는 마땅히 사랑받고 존중받아야 할 존재이니 힘내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시카와의 이야기가 그들에게 위로와 용기가 되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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