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만 봐도 스토리가 어떻게 흘러갈지 대충 예상되고, 범인도 중반부 즈음 되면 누군지 알 거 같아요.
그래도 재밌습니다. 알고 봐도 충분히 재미있는 이야기였어요.
일단 표지가 마음에 들어서 집어들게 된 책인데, 표지 뿐 아니라 안쪽의 삽화들도 무척 좋았습니다. 책 여기저기에 편집자분들이 신경 쓴 티가 나요.
삽화는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장소들이 실루엣으로 표현되어 있어요.
그, 영화 <노스페라투>에 보면 괴물이 희생자에게 다가가는 모습이 벽에 비친 그림자로 표현되잖아요? 딱 그런 느낌이에요.
주인공 3인방 - 다니엘, 플레이사, 파우는 해리 포터의 해리, 론 , 헤르미온느랑 비슷해보였어요.
다니엘은 사건과 가장 깊숙하게 관련되어 있어서 팀의 리더격 역할을 맡고 있고 플레이사는 술주정뱅이에 도박꾼에 아무튼 문제가 많지만 기자로서의 소명의식을 가지고 있는? 선과 악이 혼재되어있는 캐릭터이고 파우는... 파우는 그냥 최고예요. 파우야말로 이 소설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니엘은 사실 하는 거 없어요. 그냥 비리비리 문학맨임)
(그래도 자기가 가진 거 다 포기하고 끝까지 사건 파헤치기로 결심하는 모습은 쫌 멋졌다고 한다)
그렇지만 사실 파우한테 좀 너무하다고 생각했어요. 파우는 사실 소설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큰 관련도 없는데 여기 치이고 저기 치이고... 파우 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소설에서 그렇듯이 이 작품에서도 희생자들은 대부분 여성이고 잔인하게 살해되요.
(여자 시체역1, 여자 시체역2, ... 여자 시체역1252820...)
무튼 작가의 첫 작품치고는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전체적인 분위기는 스페인판 살인의 추억 같달까... <향수> 같은 탐미적인 분위기를 기대했는데 그것보단 좀 더 담백해요.
넝마주이들에 대한 소름끼치는 묘사들과 미로처럼 얽혀있는 하수구들에 대한 부분이 흥미로웠어요. 이런 지하세계의 위험에 대한 로망은 어느 나라에나 다 있나 봐요.
아쉬운 부분은 두 가지가 있는데 주인공이 왜 과거의 화재가 자신의 실수라고 여기고 그렇게나 죄책감을 느껴야 했는지 납득이 안 간다는 점이랑 (아마 이야기의 반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부분이라 작가가 그냥 두루뭉술하게 넘어간 거라 생각해요) 아델이 왜 자신의 모든 걸 걸면서까지 베살리우스의 책을 가지고 싶어했는지 이해가 안간다는 점이에요. 이미 모든 걸 다 가지고 있는 현실적이고 즉물적인 인간이 큰 위험 부담을 지면서까지 그런 신비주의적이고 수상쩍기 그지없는 보물을 가지고 싶어할까 살짝 의구심이 들었어요. 자신도 예전엔 의대생이었으니까? 흐음...
결론. 조금 싫은 소리를 하긴 했지만 전 사실 꽤 만족스러운 독서를 했기 때문에 시리즈의 다른 작품들도 읽어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