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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DA 우주정거장
  • 이웃집 식물상담소
  • 신혜우
  • 15,300원 (10%850)
  • 2022-05-18
  • : 2,184

식물을 제대로 사랑하는 법

 

 

우리 집에는 식물 애호가가 있다. 엄마는 내가 초등학생일 때부터 많은 화분을 집에 들이셨는데, 덕분에 우리 집 베란다는 사시사철 푸르렀다. 당시 내 방은 큰 창문을 사이에 두고 베란다와 연결되어 있어서 손만 뻗으면 식물을 만질 수 있었다. 공기 정화와 자연과의 친화력을 동시에 길러주려던 엄마의 조기교육(?)에도 나는 내 방 안에 있는 유일한 화분의 스투키를 말려 죽이는 어른이 되었다. 나는 그만큼 식물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책 <이웃집 식물상담소>도 같은 맥락으로 처음에는 관심이 가지 않았다. '식물이 당신에게 전하는 말과 위로'라니, 식물상담소를 찾아온 상담자의 고민에 대한 해답으로 식물을 처방하겠구나 하는 뻔한 레퍼토리가 예상되었다. 그렇지만 내가 우려한 것과는 달리, 책의 저자는 단순히 식물을 위로와 힐링을 제공하는 대상으로서가 아닌, 인간의 시선을 철저히 배제하고 개체 자체만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식물학자인 저자는 식물이 인간중심적 시각으로 보여지고 외곡된 이미지로 비춰진 과정을 흥미롭게 설명하고, 그것이 오늘날 인간과 식물이 공생하는데에 어떤 문제점이 되는지 들려준다.

 

책의 제목처럼 저자는 식물상담소를 운영하는데, 책에서는 내담자와 저자의 대화를 중심으로 식물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연과 식물에 관한 생소하고 신기한 이야기가 많았지만, 식물을 기르는 일은 식물의 본래 특성을 파악하고, 올바른 이해와 인식이 토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저자는 일관적으로 강조하고 있었다.

 

인간과 식물의 관계는 일방적이게 되기 쉽다. 동물은 움직이거나 소리를 내서 좋고 싫음의 의사를 표현하지만 식물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식물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바탕이 되지 않는다면, 인간이 식물에 보내는 애정과 관심은 독이 된다. 저자는 식물을 잘 기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인간식 사랑 방식을 성찰하고 식물이 원하는 환경을 제공할 수 있게끔 조언한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식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듬뿍 느낄 수 있었다. 식물들이 글을 읽을 수 있다면 저자에게 고마워할 것 같다. 움직이지도, 말도 못하는 자신들의 마음을 깊이 알아줘서.

 

이 책은 식물을 매개로 인간을 치료하는 상담사의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는데, 인간의 입장에서 대상화 된 식물을 원래의 위치로 되돌리려는 식물을 위하는 저자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왜곡된 시선 없이 있는 그대로의 식물을 이해하는 시각으로 쓰여진 <이웃집 식불상담소>는 식물에 관심 없는 사람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으면서, 식물을 제대로 이해해보려는 사람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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