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올바르게 이끌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
책을 읽는 내내 나를 되돌아보았다. 청소년 소설이라는 탈을 쓰고 있지만 사실 어른들에게 아이들 잘 좀 돌보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마치 어깨에 팔을 두르고 머리를 맞댄 채로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것처럼. 조용히 이야기하고 있지만 힘이 있어서 두른 팔에서 몸을 빼낼 수가 없다. 아마도 내가 아직은 작은 아이들을 돌보는 입장이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내가 아직 청소년이었을 때. 스스로 '선택'이라는 것을 했던가 생각해 보았다. 학교에 다니라니까 다니고 대학을 가기 위해 시험을 봐야 하니 야자(야간 자율학습)를 하라고 해서 했다. 기억나는 선택이라고는 중학교 때부터 배운 좋아하던 검도를 계속하고 싶어서 야자 대신 가고 싶다고 선생님께 말했던 정도다. 선생님은 하루라도 야자를 안 하면 성적이 떨어져서 큰일 날 것처럼 뜨악한 얼굴을 하시고는 당연하다는 듯이 '안돼'라고 하셨다. 아, 수능을 보고 나서 가고 싶은 꿈에 맞춰 학교를 선택한 것도 떠오른다. 나는 그때 '별'을 사랑했다. 꿈도 그와 관련된 것이었는데 돈 버는 학과와 상관없다 보니 아빠와 크게 다투고 말았다. 현관 앞에서 일하러 가면서 내 손을 꼭 잡고 당신이 원하는 곳을 잘 찾아보라고 하는 말에 싫다고 소리를 버럭버럭 질렀더랬다.
이제 와 생각해 보니 나에게는 은설이의 아빠와 같은 존재가 있었다. 바로 엄마였다. 그림자처럼 뒤에서 나를 밀어주시고 아빠와의 의견 조정도 해주셨다. 덕분에 좋아하는 것을 계속 찾아서 하며 지금에 이르렀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 맞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가겠다고 고집부리는 나에게 좋아하는 것이라면 해보라고 힘을 보태주셨었다. 덕분에 나는 몇 번이나 얼음이 빛나는 순간을 볼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세상 모든 아이들에게 너의 선택을 지지한다고, 한번 해보라고 말해줄 수 있는 어른이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 나도 그런 사람 중에 한 명이고 싶은 건 말할 것도 없고.
내 아이들이 커서 스스로 어떤 선택을 하게 될 때에 방정맞은 주둥이를 놀려 왈가왈부하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나름의 고민을 통한 결정이니 스스로 책임을 진다면 반드시 그에 걸맞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믿고 지켜봐 준다면 바른길로 갈 수 있는 방법 또한 찾을 수 있는 힘을 아이들은 가지고 있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오와 석주와 은설의 앞으로를 뜨겁게 응원한다.
더불어 근석이와 한결이도 나름의 선택을 통해 얼음이 빛나는 순간을 맛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료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