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소설을 쓰시는 이금이 작가님의 에세이가 나왔다는 소리에 호기심이 일었다. 소설가는 어떤식으로 에세이를 쓸까 궁금했다. 표지에 그려진 이탈리아인듯한 그림은 여행에서 본 풍경을 옮긴 걸까? 직접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책을 펼쳤다.그런데 <페르마타> 라는건 뭐람.
친구와 함께 약 한달의 일정으로 떠났다는 이탈리아.
나이를 함께 먹는 40년지기 친구라니!! <친구와 함께> 라는 말 만으로 벌써 부럽고 좋아보였다.
밀라노에서 시작하여 밀라노로 돌아오기까지 한 곳 한 곳 들렀던 곳에서 느끼고 보았던 것을 유쾌하게 풀어놓고 있었다. 여행에 완벽이란 존재할까? 아무리 가기 전에 오래도록 준비를 하고 대비를 해도 막상 현지에 가보면 생각했던 것과 다르기 마련이다. 그게 여행에 묘미가 아닐까. 저자 역시 여행이 말짱 도루묵이 될뻔한 위기를 넘기기도 하고 호텔 예약이 잘못 되어 고생하기도 하고 생각보다 빡센 일정으로 친구와 맞지 않아 티격태격 하며 말 그대로 좌충우돌 여행을 해간다. 시라쿠사를 가고 싶다고 욕심부리다가 돈도 핸드폰 밧데리도 다 떨어진 채로 겨우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가는 장면에선 손에 땀이 쥐어졌다. 친구에게 등짝 스매싱을 맞았다는 이야기는 이게 중년의 이야기인지 흩날리는 낙엽만 봐도 웃는다는 10대소녀들의 이야기인지 햇갈렸다. 그러면서도 인생에 대한 이야기가 버무러져있어 웃다가 눈물을 글썽이다가 하면서 읽었다.
읽는동안 나도 함께 이탈리아의 커피를 마시고 젤라또를 먹고 넘치는 유적과 유물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페르마타에 대한 에피소드.
어딘지 의심스러웠지만 달랑 혼자 온 저자를 위로해준 듯한 그 현지인 할머니의 이야기. 어쩐지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 할머니가 보이지 않을때까지 손을 흔들었다는 이야기가 왜 그렇게 맘에 찡 하게 다가오던지.
여행 에세이를 읽으며 꿈을 향해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었다.
인생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어 두렵지만 그 덕분에 겁 없이 내디딜 수도 있는 것이리라.
우리는 누구나 마음속에 '가지 않은 길' 을 품은 채 살아간다. 기억하기를 포기하지 않는 한 그 길은 실패한 길이 아니다.
아무리 짙을 지라도 안개는 그 속으로 발길을 내딛는 사람에게 길을 내어준다.
마음속에 '가지 않은 길' 이란 이루고 싶지만 묻어둔 꿈 이 아닐까.
꿈을 포기하지 않고, 보이지않아 두렵지만 겁 없이 꿈을 향해 한발 한발 내딛이라고.
그 앞 길이 안개로 뒤덮여 있을지라도 발길을 내딛는 한 길은 열릴 것이라고.
여행기를 읽는데 인생을 헤쳐갈 용기가 퐁퐁 샘솟는 것이 느껴졌다.
보고 있으면서 나도 이탈리에 일주를 해보고 싶어졌다.
하지만 완벽한 준비는 집어치우고 싶다. 천천히 즐기며 (과연 엄청난 유적과 유물들 앞에서 그게 가능할까 의문이지만) 페르마타의 마음으로 쉬다가 오면 좋겠다.
아. 가방을 가볍게! 준비하는 것 잊지 말고!!
페르마타라는 단어에 여행의 본질이 담겨 있는 것 같다. 잠시 멈추어 평소엔 바쁘다고 밀쳐두었던 것들을 여유 있게 생각하는 것. 실은 평소 일상에서 누리며 살아야 하는 것들이다.- P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