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말나리> 가 무슨 뜻인지 몰랐던 나는 커버 그림에 나란히 줄지어서 그러나 띄엄띄엄 걸어가고 있는 듯한 세 아이의 그림만 보고 친구들의 우정이야기인가보다 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하늘말나리> 라는 단어가 셋만의 비밀암호 같은 건 줄 알았다. 뜻을 알고 난 지금은 그 때의 내가 어이없지만 말이다.
가볍게 책을 펼쳐 읽기 시작했는데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 까지 책을 놓을 수가 없어서 순식간에 끝까지 읽어버렸다. 미르와 소희와 바우가 마음속에 콕 들어앉아서 쉴 틈을 주질 않는 것 같았다. 어쩜 그렇게 아이들의 마음을 잘 아시는지.
친구들과 연락을 끊고 부모의 일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미르의 마음, 어릴 적 부모님을 잃고 할머니와 함께 사느라 어른아이가 된 소희의 마음, 갑작스레 엄마를 잃고 아빠와 살게 된 바우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왔다. 너무 힘이 들어 화내고 가까이 내민 손들을 다 밀쳐내며 투정부리는 모습에 얼마나 답답하고 속상하고 쓸쓸할까 하는 생각도 했다가 잘 울지 않고 힘들거나 부러운 일등을 자기자신과 대화하며 떨쳐내는 모습에 좀 울었으면, 힘들다고 표현했으면 하는 생각도 했다가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이 두려워 스스로를 가두고, 오해로 친구들과 서먹서먹해지기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숨지말고 이야기하라고 꼭 안아주고 싶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세 친구들은 서로 몰랐던 친구의 모습을 보고 자신의 속 마음을 드러내고 이야기하기도 하며 각자의 상처를 딛고 일어서고 있었다. 어른들의 도움 없이 스스로 말이다. 그것은 바우가 소희에게 하늘을 보고 꽃을 피우는 하늘말나리같다고 한 것 처럼 그리고 소희가 미르와 바우에게 하늘말나리 같다고 한 것 처럼 정말 그랬다. 앞을 보고 우뚝 서서 나아가고 있으니까. 그리고 자기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이미 알고 있거나 알아가고 있으니까.
서로 다른 세 아이의 우정과 더불어 다문화 가정, 부모가 없이 할머니와 혹은 한쪽 밖에 없는 가정 등의 보통 잘 생각하지 않는 것들에 대해서도 나와 있어서 아이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줄 수 있는 점이 좋았다. 게다가 그다지 관심 가지고 보지 않았던 들꽃 이름들이 잔뜩 나와 아이들과 찾아보고 싶어졌다. 길가에 피어 있는 작은 꽃 하나도 지나치지 않고 이름을 찾아보고 불러주는 그 마음도 참 좋았다. 우리 아이가 좀 더 커서 미르, 소희, 바우와 비슷한 나이가 되면 함께 읽어봐야지.
아이와 함께 읽고 따뜻해진 마음으로 미소 지으며 마지막 장을 덮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할머니가 인생에는 오르막길도 있고 내리막길도 있다고 했다. 비 오는 날도 있고 눈보라 치는 날도 있다고 했다. 그런 길을 지나가 봐야 평평하고 넓은 길을 고마워할 줄 알게 된다는거다.
너도 하늘말나리야 - 마음속에 진주를 키우기로 했다 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