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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중 관계 레볼루션
  • 이희옥 외
  • 15,300원 (10%850)
  • 2025-11-05
  • : 1,585

"현재 중국에서 큰 부와 성공을 얻을 수 있다고 인식되고 있는 분야가 바로 엔지니어나 과학자들이 추동하고 있는 혁신 경제 분야"이며, "수많은 중국의 2030 젊은이들은 학부 공부만으로는 부족함을 느껴 석사와 박사 과정을 밟으려 하고, 대학원 진학률도 높"다. 그리고 "창업 결심을 많이"해, "자기 돈으로, 또는 특허를 내서 차근차근 창업하겠다는 게 아니고 거의 무작정, 속된말로 '맨땅에 헤딩'"(110)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 대목을 읽는 데 마음이 너무나 무거웠다. KBS 다큐 인재전쟁이 떠올랐다. 한국의 방향성은 인재(인재)라기 보다는 인재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4세고시부터 시작해 공부가 아닌 점수를 향한 잘못된 교육관, 그리고 그 알 수 없는 경쟁 속에서 모두가 의사가 되려는 어떤 희망 고문같은 사회적 레일, 계속해서 축소되고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공대, 유출되는 석박사 인재들(최근 중앙일보에 따르면 2030 이공계 인재 62%가 해외로 갈 생각 중이라고).. 이러한 지점들이 모여 하나의 그림을 이루고 있는데, 그건 도태 혹은 생존의 갈림길이다.

책은 중국의 정치상황(당국가체제)와 한국의 민주주의 체제를 비교하면서 우리가 중국의 발전을 두고 스터디하는 것은 유의미하나, 그 방식을 그대로 따를 수 없을 강조한다. 일단 국가가 투자하는 예산 자체가 차이가 너무 나며(작년에 중국 정부가 지방 정부까지 포함해 R&D에 투자한 규모가 800조원이라고 한다. 이재명 정부가 내년 AI 예산안으로 밝힌 금액은 10조 100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정말 말도 안되는 금액이다. 또한 중국은 패스트트렉이라고 천재들만 모아서 그 안에서 또 경쟁을 시키고 천재 중의 천재를 양성하는 과정을 정부와 대학이 주도한다. 중국의 대학 졸업자 수가 매년 1200만명이 졸업하고 그중 절반이 STEM분야(과학·기술·공학·수학) 전공이고, 그와 관련해 박사 배출만 매년 8~9만명이다(136-137쪽). 한국은 작년에 수능 본 인구만 역대로 가장 적은 55만염이 지원했다. 하지만 이러한 차이점 위에 중국은 공산당이고 한국은 민주주의라는 점이 가장 크게 작용한다. 프라이버시와 인권이 중요한 대한민국에서 한 목표로 달려가는 범국가적인 주도와 개입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책에서는 토론을 진행하면서 다양한 관점에서 각자의 해결책을 말해준다. 인상깊었던 부분은 두 가지인데, 먼저 '엘리트 주의는 위험하다'는 것과 두번째는 '적시에 정부 개입은 필수'라는 것이다. 민주주의라는 것이 합의해야 할 지점도 너무 많고 들어야할 목소리, 말하고 싶은 사람들의 자유가 맞부딪히는 장이기 때문에 느리다는 인상을 심기에 충분하다(실리콘밸리의 테크브로들이 괜히 나온게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집단 지도 체제, 특히 "당이 중심이 되어 엘리들이 정책을 만들고 밀고 나가는 중국의 방식이 맞지 않냐"는 지적에 있어 권석준 교수님은 "장기적인 지속능성 측면에서 봤을 때 무척 위험한 발상"(142-144)이라고 지적한다. 당의 체제에 의해 한 목표로 나아갔을 때 전문성이 생긴다고 해도, 그들 모두가 거대한 산업구조나 경제 생태계를 일일이 파악할 수 없으며, "톱다운 방식 산업 정책 중 가장 큰 맹점 중 하나는 과연 어디서 파괴적인 혁신이 나올 수 있을지 그 징조를 발견하기 어렵다는 것"(144)을 말씀하셨다. 지속가능한 연구가 곧 지속가능한 국가를 만든다.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 체제를 선택한 국가의 사명이자 숙명이다. 하지만 동시에 시장의 실패 가 분명히 나타날 경우 교정을 위해 정부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것도 맞다. 김영한 교수님은 외부 효과(비용을 지불하지 않은 사람에게까지 혜택이 돌아가거나 혹은 아무 잘못도 없이 피해가 발생하는 현상)을 국가는 항시 확인하여 적절하게 개입해야 하며, 미국이나 중국과 같은 개입은 어려울 순 있어도 롱테일 법칙이 AI시장에도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그 롱테일 안에서 우리가 확보할 수 있는 영역을 찾아 정부와 민간이 적극적이고 절박하게 협업해 눈 앞에 놓인 과제를 헤쳐나가야 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말씀하셨다.

물론 나는 AI에 대해서 이야기 했지만, 경제라던가 국가적인 관계에 대해서 더 많은 이야기가 오고갔다. 하지만 아무래도 최근 가장 큰 화두인 AI가 가장 빠르고 깊이있게 읽혔다. 책은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전문가들과 함께 다방면으로 톺아본다. 이러한 시각은 나에게도 참 많은 도움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혐중시대에 살면서 혐오는 답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또 그러한 태도와는 멀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모르게 중국인이 큰소리로 지하철에서 통화하면 '왜 저래'하는 감정 그 이상의 혐오 감정이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모르기 때문에 혐오가 시작된다는 말을 어디선가 읽었던 것 같다. 그래서 정확히 이해하고 싶어서, 또 알고 싶어서 책을 읽었다. 이번 하니서포터즈에서 가장 인상깊은 책이었다. 무작정 두려워하는 것이 맞지 않는다면, 아는 것이 힘이라는 것을 진짜로 느끼고 싶다면, 그리고 혐오가 답이 아니라 관찰이 답이라는 것을 믿는다면 추천한다.


*해당 리뷰는 한겨레출판으로부터 도서제공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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