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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영님의 서재
  • 그들은 왜 문화재를 돌려주지 않는가
  • 김경민
  • 14,400원 (10%800)
  • 2019-08-25
  • : 312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는 역사에 관심이 없다. 그치만 관심이 없으면 안될 것 같다. 과학, 예술, 정치는 괜찮은데 역사만 유독 그렇다.
나는 내가 지금까지 역사 공부를 강요 받아왔다고 생각한다. 역사에 관심이 없는 나는 심지어 죄책감까지 가진다. 역사공부에 대한 거부감도 있다. 왜 그렇지?

나는 역사에 대한 나의 무지를 각종 방송 미디어에서 쏟아지는 역사 컨텐츠에게 탓해왔다.
물론 진짜진짜 엄청 많이 상당히 감명 받은 것도 있었지만 (송민호 하하의 쏘아 싸란해여!)
“이래도 감동 안 받을 거야?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란 없어! 너에겐 미래가 없겠구나! 하하!” 라고 나를 비난하는 것 같아서 괜히 공부하기 싫었다.
마치 자극적인 음식만 차려놓고 편식을 강요하는 진수성찬 같달까. 먹기 싫다

그런 내가 역사 관련 책을 읽었다. 세상에나
지루하기 짝이 없다. 책이나 작가님, 출판사에 대한 혹평이 아니라 그저 나의 관심분야가 아닐 뿐이다. 서평을 제출해야 해서 끝까지 읽었다.

결론은 즐거웠다. 왜냐하면 작가님 싸란해여!
내용은 간단하다. 영국을 중심으로 문화재 약탈과 반환에 관한 역사를 풀어나간다.
파르테논 마블 사례는 워낙 유명해서 대략 어떤 상황인지는 알고 있었다. 정말 대략 대충 겅중겅중. 영국이 그리스의 문화재를 뺏었다더라. 정도로만.
작가님은 나에게 차분하게 설명해주셨다. 감정에 호소하거나 매우 격한 단어를 사용하지 않으셨다. 학자, 연구자의 글이란 이런 걸까?
결정적으로 서론의 작가님의 ‘전제’ 덕분에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38p “따라서 나는 문화민족주의를 따르면서도 기존의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해 영국의 문화재 수집의 역사를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수정주의적 고고학사의 시각에서 고찰하는 작업이 병행되어야 함을 주장하고자 한다. 이러한 과정이 전제되어야만 보다 종합적이고 다각적인 관점에서 문화재 반환 문제를 고찰할 수 있고, 이것이 궁극적으로 문화재 소유 혹은 반환을 주장하는 측의 핵심적인 전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완전 멋있다. 문화재 반환 문제와 관련하여 크게 문화국제주의와 문화민족주의 입장이 대립하는데, 작가는 문화민족주의에 따른다고 미리 전제했고 본문에서는 각각의 입장을 균형 있게 다루면서 독자로 하여금 수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여기 휩쓸렸다가 저기 휩쓸렸다가 아주 머리가 아프다. 그렇지만 작가가 주장하고자 하는, 결론적으로 이끌어내고자 하는 메시지는 매우 명료하다.
그 동안의 나는 나태했고 게을러서 역사를 공부하지 않았고 심지어 애먼 역사 컨텐츠를 탓하며 역사를 싫어하는 것으로 나 자신을 합리화했다. 이 책을 읽고 역사 자체에 대한 흥미를 가지지는 못했으나 적어도 역사를 회피하지는 않게 되었다. 오히려 작가님의 역사관처럼 사건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나의 생각을 명확하게 표현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책의 내용에 대하여 이야기 하자면,
감정적으로는 문화민족주의에 기반한 문화재 반환에 동의한다. 문화재가 연구되지 못하고 파괴되며 역사 속에 묻혀버리는 경우가 생길 지라도, 문화재는 그것을 만든 민족을 무시한 채로 온전한 의미를 가질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만 문화재 반환을 둘러싼 이론적, 법적 논쟁 그리고 현실적 한계를 고려하여 문화재의 주인인 민족의 고유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작가는 현재로서는 시장국의 윤리적 도의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역사 속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나 또한 동의한다. 생각건대 문제 해결의 방향성은 최선책인 물리적인 양도가 아닌 차선책인 문화재의 민족성 회복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 같은 일반인이 알기 힘든 국가 간의 이권 다툼, 국제정치 세력 다툼의 문제가 있겠으나 현재 시장국의 윤리적 도의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그러한 윤리적 도의를 가질 수 있게 하는 유인이 필요할 것이고 이는 단순히 국가지도세력만의 변화가 아닌 세계인 전체의 인식에서의 변화이어야 할 것이다. 시장국의 경우 제국주의적 태도에서 벗어나 문화재의 고유한 민족성을 존중하고 그에 초점을 맞추어 고고학적 연구를 진행하며 전시나 보관방식에 관하여 해당 민족의 특성을 반영하는 등의 노력을 하여야 할 것이고, 원산국과 그외 세계인은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서 훌륭한 민족성의 유산을 보존하고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민족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상 달랑 한 권 읽은 독자의 허접한 의견이었다. 나의 역사관을 바꿔주고 문화재 의식을 키워준 작가님과 을유문화사에 정말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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