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250쪽 내외의 많지 않은 분량으로 구성되어 있고, 문장도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행간을 넘나드는 사고의 깊이는 결코 만만하지 않다. 이 책의 거의 모든 문장이 기존에 우리가 자주 접했던 통념을 거부하고 새롭고 창의적인 생각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익숙한 것에 익숙한 우리 뇌로 하여금 새로운 지식과 논리를 받아들이게 하려면 내가 익숙하게 알던 사실을 거부하는 과정을 우선 거쳐야 한다. 그런 작업 위에서 새로운 지식의 토대를 쌓아나갈 수 있다. 어쩌면 기존의 지식을 부정하고 새로운 관점을 들이붓는 이 모든 과정이 동시에 일어나는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이 책을 읽는 거의 모든 순간 머리를 쓰는 괴로움과 그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즐거움이 함께 한다. 게다가 내가 마주하여 싸우고 있는 지식이 내가 현재 발 딛고 살아가는 사회의 토대에 관한 것이고, 내가 믿고 있는 민주주의라는 믿음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고정관념을 부수고 재구축하는 과정은 나와 사회와의 관계를 되돌아보는 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