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 글쓰기의 혁신과 새세상 만들기》(박지원 저, 김혈조 편저, 창비, 2026)는 창비 한국사상선의 한 권으로, 한국적 사상과 문학적 글쓰기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이 책은 한문교육과 박희병 교수의 해설 <역사의 주체로 서다>로 시작된다. 다산을 '학자적 사상가'라고 한다면 연암은 '문인적 사상가'라고 할 수 있다. 편저자는 "연암은 새로운 글쓰기의 형식 속에 깊은 철학적 사유를 녹여내고 있으며, 당대의 현실과 세계에 대한 진지한 관찰에서 나온 실학적 사상을 담아놓았다"(13쪽)고 말한다. 이 해설은 박지원의 사(士) 의식, 인간에 대한 발견, 우정론, 《열하일기》에 담긴 북학 사상과 세계정세 인식, 그리고 글쓰기 혁신과 창조적 문학 추구를 차근차근 짚어준다.
이어지는 핵심 저작 부분에서는 박지원(1737~1805)의 사상과 실천이 담긴 글들이 엄선되어 있다.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연암의 글도, 새로운 시선으로 다시 읽으니 전혀 다르게 다가왔다. 특히 《열하일기》에 담긴 연행의 자세, 문체의 실험, 북학에 대한 생각, 천하대세를 바라보는 시선은 읽을 수록 선명해진다.
연암의 글은 단지 옛 글이 아니다. 60여 종의 《열하일기》필사본과 《연암집》의 산문들, 다양한 소재와 문체 속에는 창의력과 관찰력, 그리고 일상의 모순을 풍자로 바꾸는 힘이 살아 있다. 웃픈 현실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당대 사람들의 삶과 여행, 관찰, 경험, 사유를 생생하게 글로 탄생시켰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연암의 글쓰기 이론이다. 옛것을 본받되 새것을 창조하고, 지금 여기 조선의 글을 쓰며, 진실하고 독창적인 문장을 추구하라는 태도. 글에는 소리와 빛깔, 정감과 정경이 담겨야 하며, 허명을 쫓기보다 실속을 갖추어야 한다는 말은 오늘의 글쓰기에도 그대로 유효하다.
1. 옛것을 본받아서, 새것을 창조하라.
2. 지금 여기 조선의 글을 써라.
3. 진실하고 독창적인 글을 써라.
4. 글은 소리, 빛깔, 정감, 정경을 담아야 한다.
5. 허미를 추구하지 말고 실속 있는 글을 써라.
6. 작가의 마음이 드러나도록 글을 써라.
7. 조선의 일상어, 속담, 고사 등도 한자화해서 쓸 수 있다.
40-41쪽
"뜻을 밝히는 방법은 나의 마음을 비워서 외부의 사물을 받아들이고 마음을 욕심이 없게 맑게 해서 사사로운 생각을 없애는 데 있네. "(38쪽)라는 문장, 글을 잘 짓는 법을 두고 "글자는 비유하자면 병사이고, 글 뜻은 비유하면 장수이다."(272쪽)라고 비유 대목도 연암 다운 재치와 통찰을 보여준다.
이 책은 독서와 글쓰기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연암체를 탐구할 수 있는 좋은 입문 해설서이다. 고전을 어렵게만 느끼는 독자, 한국 고전에서 글쓰기의 힘을 배우고 싶은 독자,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사상을 읽고 싶은 독자에게 권하고 싶다.
이 서평은 창비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