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단요의 SF 소설집이다.
여섯 편의 단편이 실려 있고, 분량의 편차는 크다.
네 편은 계간지와 웹진에 공개했던 것이고, 두 편은 미발표작이다.
단요의 소설을 몇 권 읽지 않았지만 작품별로 취향을 탄다.
이 단편집에서도 첫 작품 <사랑하는 신의 생일>은 나의 취향이다.
표제작인 <존재의 대연쇄> 같은 경우는 왠지 모르게 집중하지 못했다.
이런 편차 때문에 제대로 이 소설집의 재미를 완전히 누리지 못한 것 같다.
그렇지만 충실한 자료 조사와 이것을 상상력과 엮어 풀어낸 부분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사랑하는 신의 생일>은 아버지의 유품 중 발견한 유선 전화기가 시발점이다.
이 전화기가 서기 41년도의 칼리굴라와 연결된다.
연결이라고 하지만 전화기에 음성을 남겨 이야기를 전하는 일방적인 소통이다.
화자 유하는 역사를 참고해서 칼리굴라에게 미래의 사건을 미리 알려준다.
단순히 미래를 알려주고, 이것이 과거의 역사를 바꾸는 판타지였다면 그냥 그랬을 것이다.
칼리굴라에 대한 역사와 특이한 성격의 유하를 엮고, 감정 이입하면서 더 풍성하게 한다.
읽는 내내 칼리굴라의 다른 이면과 유하의 현재가 호기심을 자극했다.
특히 유하가 감정이 제거된 듯한 모습을 보여줄 때 의문과 안타까움이 떠올랐다.
그리고 유하가 남긴 메시지가 칼리굴라에게 신의 계시 혹은 악마의 속삭임처럼 처리될 때 감탄한다.
그의 정신적 문제와 그의 선택이 만들 새로운 미래의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세상의 이름은 기린>은 읽으면서 아프리카 전설을 보는 듯했다.
세상의 창조와 기린을, 현실을 판타지와 엮으면서 전설 속으로 들어온 듯한 느낌을 준다.
각자의 고통에 대한 마지막 문장을 바로 이해되지 않아 여러 번 읽었지만 쉽지 않다.
<어떤 구원도 충분하지 않다>는 먼 미래 남극 빙하가 녹은 시기의 작은 에피소드다.
녹은 빙하 속에서 발견된 냉동된 원시인의 유전자적 특이성을 다양한 상상력으로 풀어낸다.
이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이 특이성이 역사 속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추론한다.
고대에 기적이었던 것이 현재는 너무 흔한 것이 되었다고 말하며 오히려 지겨워한다,
<빛 속에>는 교통사고 당한 딸을 정상인으로 회복시키려는 부모의 이야기다.
치료 후 부작용을 겪는 딸, 새로운 임상시험 대상자로 가능성 확인하려는 마음.
그러다 엄마 은주가 직장에서 이상한 신호를 발견하고 찾아간 현장의 기묘함.
은주가 생각한 시간과 현재의 시간 사이의 간극과 드러나는 사실이 여운을 남긴다.
표제작 <존재의 대연쇄>는 감전 사고와 세상의 종말을 엮었다.
감전 사고 당시 기절한 상태에서 만난 프로그래머 테리 데이비스.
성경을 기반으로 한 프로그래밍과 종말에 대한 예언들.
그의 기행은 부모가 그를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한다.
퇴원 후 프로그래머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살 곳을 원주로 정한다.
어쩌면 유일한 친구인 피에로가 이사한 집을 방문하겠다고 한다.
그를 데리러 간 고속터미널의 이상한 모습과 작은 모험.
그리고 그곳에서 발견한 격자무늬 공간과 성경 프로그래밍.
나열되는 프로그래밍 언어와 성경의 문구들,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오프닝 음악.
왠지 프로그래밍 언어와 성경 구절이 혼란 속으로 나를 밀어넣는 듯하다.
다시 읽으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고, 다시 읽어야 제대로 이해될 것 같다.
마지막 단편 <격자 공간 제어 지침서>는 <존재의 대연쇄>와 이어진다.
한 편의 소설보다 제목처럼 지침서로 보이고, 난해하게 다가온다.
격자무늬를 발견하는 사람이라면 도움이 될 지도 모르겠다.
여섯 편 중에서 미발표작은 <빛 속에>와 <격자 공간 제어 지침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