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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인이 오다가다
  • 사그라다 파밀리아, 가족의 탄생
  • 나카야마 가호
  • 16,200원 (10%900)
  • 2026-04-26
  • : 345

2007년에 일본에서 출간된 소설이다.

처음 만나는 작가인데 이 책 이외에도 한 권이 더 번역되어 있다.

번역가의 이름이 낯설어 검색하니 이번이 첫 번역 소설인 것 같다.

일본 퀴어 문학의 거장이란 평보다 제목에 먼저 눈길이 갔다.

‘사그라다 파밀리아’하면 가우디가 설계한 성당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뜻이 성가족인데 거기에 가족의 탄생까지 덧붙였다.

퀴어 문학이란 것을 책소개로 봤지만 책을 펼칠 때는 잊고 있었다.

그래서 앞부분을 읽을 때 두 연인이 여자란 것에 조금 놀랐다.

이 놀라움은 금방 사라졌지만 왠지 강한 인상을 남겼다.


가리는 피아니스트이지만 경력이 성공적이지는 않다.

늘 어려운 곡을 연습하지만 그녀의 주무대는 레스토랑 등이다.

스페인에서 피아노를 공부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피아니스트의 삶이 중단되었다.

그녀에게는 평생의 연인이었던 토오코가 있었다.

조금 의외의 만남과 깊어진 사이, 어쩔 수 없는 헤어짐.

이별의 가장 큰 이유는 토오코는 아이를 바라고, 가리는 아니라는 것.

출산 후 토오코가 전화를 하면서 이 둘의 만남은 이어진다.

“나의 골드 핑거”란 단어가 처음 나왔을 때는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둘이 사랑을 나눈 후 대화를 보면 피아니스트의 손가락은 대단한 것 같다.


아기의 이름은 키리토, 남자 아이다.

둘이 다시 만나 키리토를 소개하고, 사랑을 나누는 장면은 자극적이지만 왠지 슬프다.

서로를 잊지 못한 두 사람, 이것을 갈라 놓은 것은 아이의 존재였다.

토오코가 아이를 어떻게 얻었는지 알려줄 때 그 대담함에 놀란다.

하지만 비극은 생각하지 못한 순간 갑자기 나타난다.

토오코의 교통사고, 상실의 고통, 삶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

엄마는 죽었지만 아이 키리토는 살아 있고, 살아가야 한다.

아이란 것을 생각하면 어른들이 돌봐야 하지만 아이의 할아버지도 친척도 돌볼 마음이 없다.

그렇지만 토오코의 유산을 둘러싼 그들의 쟁탈전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토오코가 죽은 후 그녀 앞에 나타난 게이 남성 테루짱.

키리토와도 친한 듯하고, 토오코 모자의 머리를 깎은 미용사다.

그의 등장과 제목을 생각할 때 다음 단계는 쉽게 추측이 가능하다.

하지만 작가는 현실적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친할아버지나 친척 중 누군가 키리토를 돌보는 상황 말이다.

현실은 누구도 아이를 받아서 키울 마음이 없다.

이 과정에 드러나는 사람들의 이기심과 비틀린 언어들.

토오코가 레즈비언이란 사실을 숨기려는 가리.

무너진 삶이지만 다시 살아야 하는 현실에 그녀는 다시 일한다.


언제, 어떻게 두 남녀가 키리토의 부모가 될까?

읽으면서 계속 생각한 것이지만 쉽게 허락을 하지 않는다.

여기에 토오코가 작업하던 것이 일본군 위반부란 것에 더 눈길이 간다.

연인은 죽었지만 몸은 다른 여인의 유혹에 너무 쉽게 넘어간다.

이 이성과 감각의 괴리, 아이를 처음 돌보면서 생기는 문제들.

에둘러 말하지 않고 직설적인 방식으로 현실을 직시한다.

이 직시는 동성애자들의 현실적인 문제도 담고 있다.

이 현실을 넘으려는 시도, 두 동성애자의 결단과 선택이 놀랍다.

마지막에 오면 새로운 ‘가족의 탄생’을 보게 된다.

묵직한 주제이지만 뛰어난 가독성과 간결한 문장으로 빠르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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