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관심이 있었지만 한 번도 시도하지 않은 시인이다.
이 시인의 이름과 시는 대부분 다른 작품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사실 읽으면서 내 가슴에 그렇게 와 닿지 않았다.
시 전문보다 한두 절 정도 인용한 것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잘 모르는 시인이었고, 번역시이다 보니 언제 한 번 읽어야지 생각만 했다.
그러다 발견한 것이 이 시집인데 원문과 함께 시가 실려 있다.
이런 구성의 시집인 경우 원문은 잘 읽지 않는데 그래도 눈길이 간다.
그리고 몰랐던 사실 하나가 더 있다.
파시클에서 낸 다섯 번째 에밀리 디킨슨 시선이란 것이다.
앞에 나온 네 권의 시선집을 읽을지 묻는다면 잘 모르겠다.
찾아보니 번역본으로 두툼하게 나온 시 선집이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영문학이나 시 번역 관심이 있다면 읽겠지만 쉽지는 않다.
다만 내가 오랫동안 궁금했던 시인이기에 더 많은 것을 알고 싶다.
천천히 시어들을 읽다 보면 가슴 한 곳으로 파고들기도 한다.
그렇게 길지 않은 시, 많은 하이픈의 사용, 영어가 부족한 나.
번역된 시를 읽고 원문이 궁금해 찾아보면 낯선 단어들이 너무 많다.
현대 영어가 아닌 그 당시 영어를 그대로 실은 듯한데 아닌가?
에밀리 디킨슨 아카이브에 올라와 있는 시인의 필사 원고가 바탕이라고 한다.
오래 전 들은 이야기 중 하나가 디킨슨의 시에는 제목이 없다는 것이다.
각시의 첫 행을 제목으로 목차에 적었다고 한다.
이런 사실을 알면서 목차부터 읽게 되는 것은 습관 때문이다.
번역된 시의 첫 행을 읽고 나면 원문을 살짝 보게 되는 것도 이 사실 때문이다.
나의 짧은 영어 실력은 이 시어들을 제대로 해석하는데 너무나도 부족하다.
그리고 이 시집의 주제에 대해서도 나의 이해는 부족하다.
고통, 아픔, 죽음, 외로움 등을 말한다고 왠지 모르게 피상적으로 다가온다.
아마 이 시집에 시어에 충분히 집중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강령술에, 마법사에 “내가 고통을 주입하게 해주오”라고 외친 이유도 모르겠다.
“당신은 내게 고통의 경계도 물려주셨습니다”라고 말한 것과 관계 있을까?
고통이 “시간을 확장”하고 “시간을 수축”한다고 할 때 ‘총격’을 말한다.
도대체 그녀의 삶에 어떤 고통이 있었기에 이런 단어들로 감정을 표현했을까?
“죽음이 우리를 이토록 아프게 하지 않는다- / 삶이 – 우리를 더 아프게 한다”라고 말한다.
시집을 다 읽은 후 몇 편의 시들을 뒤적이다 만난 것들이다.
“내가 나를 두려워하는 이것이 – 외로움 – “이란 시는 또 어떤가?
자신의 영혼이 자유롭다고 했지만 이 감정들은 떨쳐내지 못한 듯하다.
다음에 좀더 차분하게 이 시들을 음미해봐야겠다.
내가 놓친 감정과 시의 표현이 얼마나 있는지 확인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