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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인이 오다가다
  • 죽음의 책
  • 카타리나 폰 데어 가텐
  • 16,200원 (10%900)
  • 2025-10-31
  • : 2,010

어린이들을 위한 책이란 소개에 주춤했다.

하지만 책 내용 중 일부를 읽고는 관심이 생겼다.

“어린이들에게 죽음에 대해 말해 주어야 할까요?”란 질문에 대한 답은 “예”다.

사실 나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죽음이 주변에 있었다.

시장에 가면 죽은 고기와 생선이 늘려 있었고, 정육점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사실을 이 책의 앞부분에서도 그림으로, 말로 죽음에 대해 알려준다.

다만 그 죽음에 대해 우리가 구분하거나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어는 순간 나에게도 죽음은 두렵거나 무서운 것으로 다가왔다.

일상에서 사람의 죽음을 격리시키면서 변한 것이다.


‘죽음이라는 미지의 세계를 탐구하는 어린이들을 위한 책’이라고 말한다.

실제 농담이라고 나온 부분 중 일부는 <흔한 남매>에서 본 농당이다.

뒤로 넘어가면 어린이들이 알기 어려운 단어들이 많이 나온다.

사실 이 단어들을 보면서 이 책의 대상 연령을 몇 살로 잡은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런 것과 별개로 아이들과 어른들이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어린이들을 위한 책이라고 그냥 쉽고 빠르게 읽히지 않는다.

생각보다 생각할 거리와 묵직한 내용들이 많이 담겨 있다.

그리고 죽음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과의 인터뷰가 실려 있다.

이들의 이야기는 현실적인 모습과 그들이 어떻게 도움을 주는 지 알려준다.


사람이 죽으면 그때부터 부패가 일어나고 다시 움직일 수 없다.

하지만 영화, 만화, 소설, 게임 등에서 죽은 자가 움직이는 이야기를 다룬다.

이 모습은 하나의 이미지로 만들어지면서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순간을 만들다.

이런 상상력과 별개로 죽은 사람에 대해 그 가족과 장례지도사 등이 어떤 일을 하는지 알려준다.

먼저 사망 확인, 염습, 장례식, 화장 혹은 묘지 등으로 이어지는 행위들.

여기서 옛날에 있었던 가사 상태에서 살아난 사람들의 이야기도 다룬다.

아직 의학이 발전하지 않고 죽음을 잘못 판정했던 시절의 이야기다.

이 때문에 시체를 어떻게 놓아두었는지, 관에 구멍을 뚫어 숨을 쉴 수 있게 했는 지 알려준다.

이전에 어떤 책에서는 가사 상태에서 깨어난 사건 때문에 좀비 같은 상상력이 생겼다고 했다.


한국의 장례 문화가 옛날과 비교해 많이 바뀌었다.

이전에는 집에서 장례식을 치렀지만 이제는 모두 장례식장으로 간다.

집에서 치르는 장례식은 사고 등이 아니라면 애도와 축제의 현장 같았다.

가신 분을 애도한 후 남은 사람들은 떠들고 놀면서 시끌벅적한 장면을 만들었다.

이제는 그런 장면을 보기 힘들다. 밤을 지새우는 손님도, 상주도 거의 없다.

고인의 손주들이 장례식장에 계속 머물지 않고, 떠나는 경우도 흔하다.

아직 내가 직접 상주가 되어 장례식을 치르지 않아 세부적인 것은 모른다.

장례식장에 가면 장례지도사가 상주들을 불러 이런 저런 일을 상의하는 장면을 본다.

슬픔이 쉼 없이 밀려오는 중에도 일상은 이어져야 한다.


책 뒤를 보면 “책을 펼칠 때 조심하세요!”란 붉은 경고 글이 있다.

뒤에 이런 글을 쓴 것은 조금 아쉽고 웃음이 살짝 나온다.

“무시무시하게 무지무지 많이 나와 있어요”라고 한 것은 죽음과 삶에 대한 이야기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천친히 읽는 독자라면 많은 것을 배울 것이다.

마지막에 “다 읽으려면 한참 걸린답니다.”라고 한 것도 역시 마찬가지다.

이 뒷장을 열심히 쓴 것은 나의 감상과 일치하는 바가 많기 때문이다.

종교, 시대, 문화와 엮어 죽은 이와 함께 하는 일들을 알려준 것도 흥미롭다.

가볍게 읽을 수는 없지만 현실의 죽음과 우리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준다.

초등학생 아이에게 주면 과연 어떻게 읽으려나?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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