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에 나온 검게 칠해진 책 내용들.
이 강렬함이 그렇게 관심이 많지 않은 퀴어 문학에 다가가게 했다.
2023년 전미도서상 수상작이란 타이틀도 한몫했다.
역사 속에서 지워지고 검열된 퀴어들의 목소리를 재구성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이 매력과 끌림은 실제 읽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사라졌다.
작가가 허구와 사실을 뒤섞고, 복잡하게 이야기를 구성하면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활자와 이미지를 따라가고, 순간적으로 감탄하는 이야기도 있지만 아직 따라가기 급급하다.
읽는 내내 어딘가에서 본 듯한 단편적이 이미지들이 떠다녔다.
이 이미지 뒤에 있던 사실들이 어느 순간 조금씩 눈에 들어왔다.
그러면서 조금씩 몰입도 높아지고, 잊고 있던 역사적 사실들이 다가왔다.
팰리스에 살고 있는 후안 게이를 한 남성 네네가 찾아가서 나눈 대화를 다룬다.
이 이야기 속에 1930년대 퀴어 연구가이자 레즈비언이었던 잰 게이의 삶이 간략하게 다루어진다.
간략하다고 한 것은 그녀의 삶이 중심이 아니라 그녀의 활동과 연구가 중심이기 때문이다.
잰 게이는 3백 명이 넘는 동성애자들을 상대로 그들의 삶과 욕망에 관한 증언을 수집했다.
이 책이 <성적 변종들>으로 나왔지만 그 시대의 한계 때문에 남성 의사의 이름으로 출판되었다.
이런 상황도 사실 그 시대를 떠올리면 결코 낯선 일은 아니다.
잰의 이야기는 단순히 그 책에 한정되지 않고, 그녀의 연인과 함께 만든 동화로 이어진다.
책 중간중간에 들어가 있는 남성과 여성의 나체 사신, 그림 등도 이 책을 참고했다.
이런 잰의 삶과 다른 방식으로 이어지는 두 남성의 이야기가 같이 펼쳐진다.
자신의 성 정체성이 퀴어란 사실을 알고 있던 청소년 시절.
여자 친구의 성적 도발에 마약 때문이라고 핑계를 댄다.
도시에 나와 살면서 매춘을 하는 장면 중 일부는 오래 전 읽은 소설 장면 하나를 떠올린다.
화장실에서 남자의 성기를 물고, 그 흥분하는 사이에 지갑을 훔쳤던 이야기다.
하지만 이 소설 속 소년은 그렇게 하지 않고, 자신의 몸을 판다.
이때 이 매춘들이 나의 머릿속 검열을 불러온다.
어린 시절 주입된 동성애 혐오가 다른 방식으로 발현되었다.
부분을 전체로 옮겨가려는 것을 이성이 사실을 일깨운다.
지금도 혐오 표현 속에 매춘과 문란, 성병 같은 것으로 사실을 왜곡하지 않는가.
읽다 보면 사실인지 허구인지 의문이 드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모호한 것이 모조리 해소될 필요는 없어.”는 이 사실에 가장 잘 어울리는 문장이다.
과거 역사 속에서 동성애는 치료 가능한 질병으로 치부한 적이 있다.
심한 경우는 전염병처럼 전염되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금도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사실을 왜곡하는 무리들이 가득하다.
이런 거짓된 사실과 강압적인 왜곡은 동성애자들의 삶을 나락으로 떨어트린다.
좀더 이 역사를 알고, 현재 그들의 삶에 친밀하다면 더 많은 의미를 해석할 부분들로 가득하다.
지금보다 더 힘든 시대를 산 사람들의 기록은 역사 속에서 삭제되거나 침묵이 강요되었다.
이 사실을 생각하면서 읽었지만 결코 쉽지 않았고 낯설었다.
하지만 이 책이 준 많은 의미들은 나중에 다른 곳에서 발현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