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걷는사람 에세이 28권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이런 에세이 시리즈가 있는지도 몰랐다.
기존 출간된 책들을 검색하니 낯익은 제목도 몇 개 보인다.
몇 권은 언제 기회가 되면 읽고 싶기도 하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작가 한창훈 때문이다.
이전에 읽었을 때 느낀 재미가 아직 머릿속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창훈의 책을 정말 오랜만에 읽었다.
책 속에서 잠깐 말한 이야기를 다른 책에서 읽었던 기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그때의 재미와 즐거움이 이 작가의 작품에 대한 호감도를 높였다.
여수 거문도. 현재 작가가 살고 있는 곳이다.
여수는 오래 전 차로 살짝 지나가 본 것이 전부다.
한 번 가야지 생각하지만 늘 뒤로 밀리고 밀린다.
섬에 살고 있는 그가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이 이 에세이에 담겨 있다.
‘바다어’라고 하지만 그 지역 사투리를 들려주고 풀어준다.
낯선 단어들도 있고, 어딘가 내 고향 사투리와 닮은 점도 있다.
이런 바다어와 함께 들려주는 섬 사람들의 일상은 잠깐 추억속으로 빠지게 한다.
내가 겪은 것이 아닌 주변에서 보고, 방송 등으로 접한 것들이지만 말이다.
그리고 작가는 섬 생활에 대해 짧게 머무는 것과 사는 것의 차이를 말한다.
공감할 수밖에 없지만 가슴 한 곳에서는 작은 열망이 꿈틀거린다.
“오메 오메, 내 천금아”라고 할 때 자신의 손자에 대해서만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이 섬 사람들은 누구의 손자인지 가리지 않고 이 말을 한다.
이 반갑고 정겨운 표현이 다른 울림으로 내게 다가온다.
“끗발”을 이야기할 때 순간 뜨끔했던 것은 나도 자주 경험했기 때문이다.
표류를 하고 싶다는 딸 이야기를 보면서 내가 할 말이 떠올랐다.
안되는 이유만 계속해서 말하는 내 모습. 울고 내 탓하는 아이.
맛있어 먹는 것은 금방이지만 재료 손질이 긴 어패류가 있다.
‘눈은 원래 게을러’에 나오는 데 왜 <타짜>의 “손은 눈보다 빠르다.”란 대사가 떠오를까?
하여튼 우리가 쉽게 먹는 손질된 식재료는 경력직의 빠른 손놀림 덕분이다.
바다는 아름답지만 무서운 곳이다.
그 무서움을 한 번이라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크게 공감할 것이다.
오래 전 밤에 제주행 여객선을 타고 갈 때 본 밤바다는 공포 그 자체였다.
물론 이 공포는 나의 상상에서 피어난 생각일 뿐이지만 기록이 사실임을 증명한다.
바다에 떨어졌을 때, 배가 넘어졌을 때 등을 생각한 것이다.
작가가 머무는 집은 해발 2미터라고 한다. 엄청 낮은 곳이다.
잠시 머무는 사람에게는 멋지고 아름다운 풍경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 낭만과 아름다움 너머에 있다.
풍어제 이야기를 보면서 아메리카 인디언의 기우제가 떠올랐다.
갈치가 잡히지 않아 축제 이름을 바꾼 이야기는 또 다른 재미다.
10살에 여수로 나가 살다가 다시 거문도로 들어간 작가.
이웃들과 함께 어우러져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작가.
이때 보고 듣고 생각한 것들을 글로 적어 책으로 내는 작가.
그 글에 담긴 해학과 소소한 행복은 읽는 독자를 행복하게 한다.
무적(霧笛)이란 단어를 보고 얼마 전에 읽은 소설의 한 대목이 떠올랐다.
“포트, 포트!”란 단어를 잘못 번역한 이야기는 번역의 중요성을 알려준다.
친구의 가두리 그물이 찢어진 이야기를 듣고 낚시 가기를 주저하는 모습도 재밌다.
나라면 갔을까? 아니면 친구에게 가도 되는지 물을까?
자신이 배웠던 언어를 “바다와 섬의 정신이자 문화’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그리고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말하는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배출의 미래는 걱정스럽다.
한창훈의 오래된 소설 <홍합>이 갑자기 읽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