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뢰 글리코>를 재밌게 읽어 선택했다.
현재 이 작가의 소설들은 대부분 절판이다.
우라조메 덴마 시리즈의 중고 가격이 너무 비싸 엄두도 낼 수 없다.
언제 시간 내어 도서관을 둘러봐야 할 것 같다.
이전에 읽은 소설도 극단적인 트릭 연구를 다루었는데 이 책도 마찬가지다.
‘불가능’과 ‘불가해’라는 두 가지를 전문으로 하는 탐정 둘을 내세웠다.
불가능 전문 탐정은 고텐바 도리, 불가해 전문 탐정은 카타나시 히사메다.
책 제목은 이 둘의 탐정사무소 이름이기도 하다.
초인종을 달지 않고 의뢰인이 직접 돈을 두드려야 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문을 두드리는 소리로 상대방이 누군지 추측 가능하기 때문이다.
모두 7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이 중 여섯 편은 대학시절 그들과 함께 밀실을 풀었고, 그후 형사가 된 우가치 기마리가 등장한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밀실 트릭을 연구했던 이토기리 미카게는 범죄를 설계자가 되었다.
몇 편의 단편에서 미카게가 설계한 트릭을 도리와 히사메가 밝혀낸다.
어떻게 보면 약간 억지스러운 듯한 느낌도 들지만 그 과장도 재밌다.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도리와 히사메의 활약 때문이다.
하나만 있으면 문제의 일부 밖에 해결하지 못하지만 둘이 힘을 합치면 해결이 가능해진다.
추리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왜’와 ‘어떻게’가 한 사람에게 집중되지 않은 탓이다.’
외모도 다른데 이 때문에 한 명이 늘 조수로 취급된다.
<노킹 온 록트 도어>에서 밀실 살인 사건을 해결한다.
고전적인 설정이지만 그 트릭 속에 담긴 의미와 상황은 의미심장하다.
등장인물들에 대한 설명과 이 둘의 개성과 평범성을 천천히 설명해준다.
<머리카락이 짧아진 시체>는 흔한 트릭에서 한 발 더 나아간다.
피살자에 대한 시선을 바꿔 풀어내는 추리 과정에 놀란다.
읽을 때는 몰랐는데 상황은 어딘가에서 한 번 본 것도 같다.
<다이얼 W를 돌려라!>는 두 개의 사건이 하나로 이어지면서 사건이 해결된다.
이 과정에 둘은 각각 사건 하나씩 맡지만 단서를 따라가면서 만나게 된다.
유일하게 두 사람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미카게가 설계한 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칩 트릭>과 <99퍼센트 확실한 독살> 편이다.
<칩 트릭>에 나온 가사는 이들이 미카게의 설계란 사실을 알게 한다.
피살당할 것을 두려워한 인물을 저격하는 방식이 멋지다.
하지만 각도 등을 생각하면 우연의 힘이 강하게 작용한 것도 같다.
이것은 <99퍼센트 확실한 독살>에서 1%의 가능성을 남겨둔 것 같다.
독살이 분명하지만 언제, 어떻게 독약을 먹였을까?
현장 상황과 녹화된 비디오 영상을 보면 도저히 답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 둘의 협력은 이 틈을 발견하고, 틈을 벌려 범인을 찾아낸다.
시리즈로 나온다면 미카게와의 대결도 계속될 텐데 기대된다.
<이른바 하나의 눈 밀실>은 눈밭에서 죽은 시체의 비밀을 밝히는 것이다.
눈으로 뒤덮인 정원 한 가운데에서 시체를 발견했을 때 발자국은 단 하나.
이런 트릭은 다른 추리소설 등에서 다루었지만 그런 방식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마지막에 탐정이 해설해주는 장면은 둘의 역할과 한계를 보여준다.
하지만 결국 풀어내는데 약간은 실험 검증이 필요할 것 같다.
<십 엔 동전이 너무 없다>는 구리스코가 우연히 들은 대화를 추리하는 내용이다.
“십 엔짜리 동전이 너무 없다.” 여기에 다섯 개가 더 필요하다는 통화 내용.
그냥 재미 삼아 낸 것인데 둘은 열심히 가능성을 쌓고 무너트린다.
나의 머릿속에 가장 먼전 든 것은 ‘유괴’인데 그 가능성은 금방 사라진다.
결국 둘이 결론을 내었는데 예상하지 못한 사건과 이어진다.
지적 추리 과정을 가장 단순화해서 잘 보여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