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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인이 오다가다
  • 판타지는 어떻게 현실을 바꾸는가
  • 브라이언 애터버리
  • 20,700원 (10%1,150)
  • 2025-05-13
  • : 4,095

판타지 소설을 좋아한다. 대단히.

최근 이 장르를 거의 웹소설로 대체하고 있지만 고전도 꽤 읽었다.

가끔 판타지와 sf소설의 경계가 모호한 작품들도 만났다.

좋아하는 장르이다 보니 유명한 작가의 소설이 나오면 책장에 담아둔다.

언제 읽을지 모르는 수많은 판타지 소설들을 생각하면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욕심이 너무 과해 제대로 다 소화를 하지 못하는데 말이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읽고 싶은 책이 늘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낯선 작가들이 상당히 많았다.

또 책 욕심이 생기는데 잠시 호흡을 고르면서 욕심을 뒤로 미룬다.


판타지가 현실을 바꾼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sf소설에 등장한 물건들이 현실에 등장하는 것을 본 적이 많지만.

“판타지는 진실이다. 사실에 기반하지 않았을 뿐, 진실인 것은 맞다.” 르 귄의 말이다.

사실과 진실. 아마 사실이 아닌 것은 마법 등일 것이다.

진실은 현실을 반영한 것들이 판타지 속에서 재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첫 장이 거짓말로 진실을 말하기로 한 것은 장르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판타지와 호러의 차이를 설명할 때 호러는 “통합과 화해에 이르지 못하고 그 전에 중단”되다고 한다.

영웅 서사의 판타지 등에서 화합을 추구하는 결말로 나아간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이전에는 이런 구분을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저자는 판타지가 “어떻게 의미 있을 수 있는가, 어떤 역할을 하는가”라는 두 가지 질문을 던진다.

아홉 개의 장으로 나눈 이야기 속에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서양 판타지를 풀어낸다.

개인적으로 무협을 좋아해서 많이 읽었는데 이 분야는 전혀 말하지 않고 있다.

당연히 자신이 나고 자란 환경에서 다른 판타지를 읽을 기회는 없었을 것이다.

처음 판타지를 읽을 때는 마법과 무공과 주인공의 활약에 눈길이 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작가와 독자들이 그 배경 세계에도 관심을 두었다.

정해진 틀 속에서 변주를 하다가 새로운 설정으로 넘어간 경우를 가끔 본다.

그림 형제 등의 환상소설 이야기를 끄집어내어 설명하는 부분도 개인적으로 신선했다.

그냥 동화라고만 생각했지 판타지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동 문학은 보호된 영역으로, 아동 캐릭터들은 사실 아이들이 아니라 성인의 추억과 소망이 담긴 순수함을 구현하는 존재다.”

이 문장을 읽고 크게 공감한 것은 아동 문학의 주인공들이 보여준 행동과 말 때문이다.

최근 아동, 청소년 소설 등을 가끔 읽는데 너무 어른 같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나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그 정도 수준은 아닌 것 같기 때문이다.

물론 이 생각은 내가 그 시절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나의 레벨이 낮기 때문일 수도 있다.

남성이 권위를 가진 문학계의 풍토에 대한 지적은 약간 의외였다.

최근 한국 판타지, sf소설을 생각하면서 읽었기 때문이다.

한국에 번역되어 출간되는 소설들을 생각하면 유명 여성 작가들의 이미지가 너무 강한 탓도 있다.

주인공이 여성인 경우에도 이를 다르게 분류한 것은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소설에서 최근 분위기는 디스토피아가 더 센 것 같다.

최근 유행하는 좀비 등의 경우를 생각하면 호러 판타지다.

기존 문명이 파괴된 이후 삶을 다룬 수많은 소설 등이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르 귄의 <빼앗긴 자들>을 유토피아 소설이라고 분류하고 있다.

읽은 지 오래되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재밌게 읽은 르 귄의 소설이다.

이 이야기 속에 유토피아를 건설하기 위해 사람들은 토론하고 노동한다.

과학의 발달로 로봇이나 인공지능에게 모든 일을 맡겨 둔 편한 미래가 아니다.

이 유토피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은 그때 상당히 충격적이고 재밌게 다가왔다.

사실 이 책은 읽기 쉬운 책이 아니었다. 시간도 상당히 걸렸다.

내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생각의 틀들이 깨어진 것도 많지만 공부할 게 너무 많다.

묵혀둔 판타지 책을 꺼내 괜히 한 번 뒤적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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