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번역 출간된 S. A. 코스비의 소설이다.
전작들도 좋았고, 이번도 역시 좋았다.
인구가 2만 명도 되지 않는 남부의 작은 도시 카론을 배경으로 한다.
이 작은 도시 속에 현재 미국이 안고 있는 수많은 문제들이 녹아 있다.
인종 차별, 역사 왜곡, 실업, 마약, 부패한 종교, 살인사건까지.
결코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없지만 재미와 몰입도는 대단하다.
앞부분에 정말 추악한 범죄를 던져 놓고 연쇄살인범을 뒤쫓는다.
이 과정 속에 보안관 타이터스의 개인사가 하나씩 흘러나온다.
그의 아픔과 고통은 현재의 직위 때문에 쉽게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카론 카운티는 피비린내 나는 어둠 속에서 탄생했다.”가 첫 문장이다.
남북 전쟁 전 백인들이 흑인을 노예로 부렸던 곳.
패배 후에도 결코 자신들의 권력을 내려놓기를 거부하는 곳.
권력 대부분을 백인들이 쥐면서 도시를 운영하는 곳.
인구 대비를 생각하면 흑인들이 더 많은 곳.
타이터스가 보안관에 출마하기 전까지 보안관은 백인들이었다.
당연히 보안관의 시각은 백인 위주였고, 비백인들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이런 그들에게 FBI 출신 타이터스가 돌아왔을 때 출마를 권유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타이터스는 공정하게 업무 보기를 원한다.
이 때문에 흑인 교회 목사 등과 마찰이 생긴다.
카운티의 대부분이 다녔던 고등학교에 총기 사고가 일어난다.
피살자는 오랫동안 존경받던 백인 교사 스피어먼 선생님.
살인자는 친구의 아들이자 학교 졸업생인 라트렐.
처음 고등학교 총기 사건을 말할 때 미국 내 총기 사고의 한 종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라트렐은 스피어먼 선생을 제외하고 아무도 죽이지 않았다.
타이터스가 나타났을 때 그가 주절거리는 말들은 마약에 취한 것 같다.
보안관은 흥분한 라트렐을 진정시키고 싶지만 실패한다.
라트렐이 총을 드는 순간 다른 부보안관들이 총을 쏜 것이다.
보안관은 라트렐이 말한 스피어먼의 휴대전화 확인 요청을 잊지 않았다.
흑인 졸업생이 백인 선생이 총을 쏜 사건 하나.
이 사건을 두고 두 인종 간에 서로 다른 입장이 밖으로 드러난다.
스피어먼 선생의 휴대전화를 확인하고, 집을 수색한 후 발견한 것은 끔찍한 살인들이다.
많은 졸업생들의 존경을 받던 선생이 휴대전화 속에 자신이 잔혹하게 살인한 사진을 저장했다.
집 수색에서 드러난 영상 자료는 더 참혹하다.
그 현장에 라트렐이 있었고, 그들 외에 한 명이 더 있었다.
이제 늑대가면을 쓴 제3의 인물을 찾아야 한다.
그 이전에 그들이 유기한 시체를 찾으러 버드나무 주변을 파헤친다.
유일하게 그 영상을 본 타이터스의 추측이 사실로 확인되는 순간이다.
같은 범죄 현장에 있었던 두 사람이 죽은 사건.
카론의 백인우월주의자들은 경찰이 말한 내용을 믿지 않으려고 한다.
그것은 그 마을 중심에 놓인 동상의 역사와 연결된다.
역사를 왜곡하고 있는 동상이지만 시위원회는 치울 마음이 없다.
그리고 경찰서에 나타나 사건에 대해 이런저런 말을 하는 지역 유지 스콧.
보안관은 그의 말을 따를 생각이 전혀 없고, 사건에 중심을 잡아준다.
작은 도시의 적은 경찰들이 모두 이 사건에 파고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카운티 내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들도 같이 해결해야만 한다.
퇴근 후 연인과 사랑을 나누고, 술로 잠시 휴식을 취한다.
한국 형사들이 집에 들어가지도 않고 범인을 쫓는 것과 다른 모습이다.
거리에 마약이 넘치지만 마약 유통업자에게 그 단속 정보를 알려주는 경찰.
현재의 괴로움을 교회에서 위로 받고자 하는 신도들.
이 신도들의 돈으로 자신의 부를 채우는 목사.
마흔 살의 나이로 죽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상실의 상처.
FBI 업무를 하면서 마주한 현실의 잔혹한 모습은 신의 존재를 부인한다.
목사와 신도가 신의 뜻을 내세울 때 그가 마주한 참혹하고 잔인한 현실은 너무 무겁다.
그리고 발견된 시체의 몸에 새겨진 성경의 구절들.
범인의 정체를 아는 듯한 전화 한 통이 오지만 끊어진다.
늑대의 탈을 쓴 범인은 밖에서 양들을 사냥하려고 하고, 경찰은 반드시 그를 잡아야 한다.
범인의 정체가 드러날 때 그 도시의 부조리한 모순들이 튀어나온다.
마지막 장면은 앞부분에서 말한 욕망의 실현이자 영화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