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매년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에 올라가는 작가다.
다작으로도 유명한데 아직 읽지 않은 소설들이 많다.
이 작가의 소설들을 대부분 재밌게 읽은 편이다.
물론 사놓고 읽지 않은 책은 더 많지만.
이번 단편집은 다양한 곳에 실린 열두 편을 모았다.
개인적으로 이전보다 조금 어렵게 읽었는데 솔직히 그 이유를 모르겠다.
나의 저질 기억력에 의하면 이번 소설처럼 괄호를 많이 사용한 소설은 처음이다.
어떤 의도가 있는 것일까? 아니면 문체를 실험적으로 쓴 것일까?
표제작 <제로섬>은 교수 M의 파티에 참석한 대학원생 K의 이야기다.
K의 기대와 착각이 교수 M의 한 마디에 그대로 드러난다.
그녀가 교수의 딸과 나눈 대화는 소심한 복수의 한편이다.
현실에서 우리가 가끔 보는 자신에 대한 잘못된 평가를 잘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끈적끈적 아저씨>는 무서운 현실을 비튼다.
여아 성매매가 벌어지는 현장에 여고생들이 설치한 함정 끈적끈적 아저씨.
그 현장에 나타난 그들이 믿을 수 없는 이웃과 친인척들.
통쾌한 법적 처벌이 아니라 해프닝 같은 일로 덮고 넘어가는 그녀들.
이 때문에 듣게 되는 도와달라는 희미한 절규. 또 다른 범죄의 가능성.
<상사병>은 여성 대상 스토킹을 간결하지만 불안감 가득하게 풀어낸다.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혹시 하는 생각을 하는 것은 나만인 것일까?
<참새>는 기억력이 무너진 엄마를 돌보는 큰딸 이야기다.
다른 자식들이 엄마를 돌보지 않기 위해 멀리 떠났지만 그녀는 아니다.
그런데 집을 정리하다 발견한 한 장의 사진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실을 알려준다.
<한기>는 유산한 엄마가 느끼는 상실감을 현실적으로 그렸다.
이미 두 아들이 있지만 이 유산은 자책과 슬픔으로 그녀를 잠식한다.
날씨와 상관없는 추위, 극심한 불면증, 남편을 떠나는 여행.
개인적으로 마지막 장면은 현실인지, 그녀의 환상인지 궁금하다.
<저 데려가세요, 공짜예요>는 모성의 환상을 깨트린다.
가장 긴 <자살자>는 자살을 꿈꾸는 자살자의 이야기가 계속 흘러나온다
유망한 소설가의 자살 계획. 자살에 대한 단편.
자살 실패, 젊은 나이에 죽은 유명인들과 비교하는 그.
실제 삶에 공감하는 듯하다가도 마지막 문장에서 의문을 표한다. 뭐지?
<베이비 모니터>는 육아의 불안감을 잘 표현하고 있다.
한국과 다른 방식으로 아기를 키우는 서양.
아이를 언제나 잘 보기 위해 설치한 베이비 모니터.
하지만 이 모니터가 오히려 불안감을 가중시킨다.
이 단편을 읽으면서 차라리 한국처럼 한 방에서 키우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다.
<사망 전후 이론>과 <M A R T H E : 국민투표>는 연작 느낌이 있다.
뇌를 먹는 아메바란 설정이 두 작품에서 모두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울러자유아메바의 존재와 기후 위기 등이 같이 엮여 있다.
마지막 인류란 종이 사라지는 것을 두고 국민투표가 일어나지만 그들은 인류가 아니다.
재밌는 것은 인터넷 같은 투표가 아니라 종이 투표를 한다는 것인데 왠지 모르게 현실 풍자 같다.
<괴물둥이>에서 한 아이가 듣고 느끼는 불안감이 현실적으로 표현되었다.
<실제 상황입니다>는 계엄령과 바이러스가 불러온 상황의 극단을 보여준다.
과거 코로나 19와 현재 미국 상황이 겹쳐지는 것은 왜일까?
언제 여유가 된다면 몇 편은 다시 읽고 내가 놓친 부분들을 찾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