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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인이 오다가다
  • 영수와 0수
  • 김영탁
  • 16,110원 (10%890)
  • 2025-09-17
  • : 7,655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김영탁의 소설을 처음 읽는다.

처음이라고 하지만 출간된 소설은 두 권이 전부다.

첫 작품 <곰탕>은 오랫동안 읽고 싶었지만 시기를 놓친 후 뒤로 밀렸다.
이번에 새로운 작품이 나왔는데 천선란의 소개글이 인상적이다.

“죽기 위해 살려야만 하는 독특한 이야기!”

솔직히 이 문장을 읽고 이해가 전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책을 펼쳐 읽기 시작한 후 이 기묘한 문장이 이해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덮을 때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장면들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김영탁 감독의 영화를 극장에서 본 적이 없다.

내가 영화를 잘 보지 않던 시기이기도 하지만 취향과도 동떨어져 있다.

하지만 한두 편 정도는 집에서 방영되는 영화를 조금씩 본 적이 있다.

TV로 잠시 본 영화들은 무난한 재미를 주었다.

사실 이 영화들도 검색을 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니 영화감독보다 소설 <곰탕>의 작가로 더 익숙하다.

이 익숙함은 이번 소설을 통해 더 강해진 것 같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한동안 영화보다 소설을 더 기다릴 것 같다.


작가가 창조한 미래 시대는 굉장히 자극적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노동과 삶의 구조를 완전히 바꾼다.

모든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대체가능해지면서 사람들의 자살율이 높아진다.

우리가 흔히 로봇 등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면서 취미, 문화 생활을 할 것이란 것을 뒤집었다.

처음에는 그랬지만 조금씩 나태해지다 무력해지고 끝내 우울해져갔다.

그리고 바이러스 때문에 전 국민이 외출할 때는 방호복을 입어야 한다.

높은 자살율은 인구 감소를 불러오고, 정부는 황당한 정책을 펼친다.

그 정책은 가족의 누군가가 죽으면 다른 가족의 일주일 근무 일수가 늘어나는 것이다.

영수도 아버지가 죽으면서 주 6일 동안 일해야 한다.

만약 그가 죽으면 그의 엄마가 주 7일 동안 일해야 한다.


자살 정보가 들리면 자살방지국이 가장 먼저 달려온다.

영수의 엄마가 영수에게 죽지 마라고 한 것은 국가의 페널티 때문이다.

영수는 자살방지국 산화 트라우마 관리센터에서 일한다.

트라우마 관리는 기억을 지우는 것인데 인상적인 기억은 거대대상이다.

영수는 편집을 하면서도 모니터에 목을 매어 죽을 상상을 한다.

이때 함께 일하는 동료가 복제인간이 대신 일하게 한 후 자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삶이 우울하고 자살의욕의 가득한 영수는 돈을 빌려서라도 복제인간을 만들려고 한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고 하는데 필요한 돈이 이미 통장에 들어 있다.

자신이 복제인간이란 사실을 모르는 복제인간을 만든 후 자살하려고 한다.

하지만 우습게도 복제인간이 먼저 목을 매고 죽으려고 한다.


영수의 복제인간을 0수라고 부른다.

자살이력은 자살방지국의 관심을 더 높이고, 0수의 삶의 의욕을 북돋우려고 한다.

그리고 이때 영수가 판 기억의 중요성에 대하여 상사 오한이 알려준다.

그 기억을 찾으면 0수가 자살하지 않을 것 같다.

여기에 0수의 자살 소동으로 먼 친척 기특이 영수의 집에 찾아온다.

영수가 죽으면 아직 미성년자이자만 성인이 되어 주7일 동안 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4명은 기특의 차를 타고 영수가 판 기억을 산 사람들을 찾아간다.

이 여행은 네 명 모두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참여했다.

하지만 여행을 하면서 삶을 지속하는 것이 작은 것들이란 것을 깨닫는다.

소소한 일상의 중요함을 이렇게 표현하다니 대단하다.


단순히 기억 찾기 여행이라면 조금 더 잔잔했을 것이다.

후반부로 넘어가면서 작가는 미스터리를 심어 넣으면서 긴장감을 불러온다.

자신이 편집한 영수의 기억 찾기에 동행한 오한의 존재가 다른 모습이다.

영수에게 빠진 기특의 모습과 영수와 0수를 구분하는 장면은 재밌다.

방호복과 우울증 때문에 대인 관계가 거의 없는 사람들.

자신의 복제인간 0수를 살려 자살하려는 영수의 의지.

기억의 일부가 돌아오고, 관계가 꼬이면서 앞과 다르게 흘러간다.

무력하고 우울증에 빠진 사람에게 값 비싼 기억이 어떤 의미인지도 알려준다.

그리고 차근차근 관계를 쌓고, 복선을 깔아두면서 마지막 한 방을 크게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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