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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인이 오다가다
  • 영원을 향하여
  • 안톤 허
  • 16,020원 (10%890)
  • 2025-07-30
  • : 4,960

사실 ‘안톤 허’라고 하면 잘 모른다.

하지만 그가 번역한 작품들을 말하면 아! 하고 금방 안다.

이 소설의 재밌는 부분 중 하나 그가 번역했던 작가가 그의 소설의 번역한 것이다.

이전까지 잘 몰랐던 부분 중 하나는 정보라가 번역한 책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최근 번역된 소설에 관심이 가지만 쉽게 손이 나갈지는 잘 모르겠다.

작가는 자신이 왜 영어로 글을 썼는지 앞부분에 말한다.

어린 시절 영문 소설가의 꿈이 있었다고 하니 축하 먼저 해주고 싶다.

그리고 유명 작가들의 추천과 역자 이름은 시선을 끌기 충분했다.


앞부분에서 설정 때문에 약간의 혼란을 겪었다.

내가 본 sf소설에서 나노봇 치료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 소설 나노 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죽거나 특이한 상황에 마주한다.

갑자기 사라지거나 자신과 닮은 모습을 보게 된다.

그리고 이 상황과 현재를 하나의 노트 속에 문자로 기록해서 전달한다.

시간은 근미래, 미래, 먼 미래, 아주 먼 미래로 흘러간다.

이 시간의 흐름 속에 인류에 대한 디스토피아 세계관이 놓여 있다.

인류가 생산해낸 안드로이드, 나노봇의 적용, AI 문제 등이 뒤섞여 풀려나온다.

이 진행은 기존의 디스토피아와 닮은 부분들이 많다.


첫 화자인 말리는 이 나노 치료를 진행하는 연구자이자 첫 기록자이다.

갑자기 연구실에서 사라진 용훈에 대해 기록하고,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말한다.

용훈은 남편을 잃고, 19세기 영미 문학을 인공지능 프로젝트 파닛과 연구한다.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난 후 그는 이전의 자신과 다른 것을 느낀다.

이것은 다음 화자이자 첼로 연주자 앨렌이 경험한 특수한 일과 연결되어 있다.

엘렌은 자는 동안 어린 시절 자신의 연주가 녹음된 파일을 발견한다.

연주회에서 자신과 닮은 사람을 발견하고 달려나간 것도 이런 현상과 관계 있다.

이런 특이한 상황들을 다음에 이어질 사건들과 연결된다.


파닛은 말리가 자신의 연구소를 매각하는 과정에 나노봇 안드로이드에 정착시킨다.

파닛은 튜링테스트를 통과한 인공지능이기에 자신만의 자아를 가지고 있다.

나노봇 안드로이드로 다시 태어났을 때 감각 등을 경험하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이런 그가 불멸자로 긴 세월 세상을 떠돌면서 자신만의 삶을 살아간다.

이 삶은 인간의 삶이고, 그 과정에 몇 번의 사랑도 경험한다.

어느 날 자식을 가지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고, 여자와 결혼까지 한다.

임신에는 성공하지만 아이는 태어나지 못하고 유산된다.

그런데 파닛을 늘 뒤쫓고 있던 조직이 있었다.

자본과 인간의 탐욕은 파닛을 이용해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려고 한다.


화자들은 새로운 나노봇 안드로이드로 이어진다.

미래에 나노봇이 가진 문제와 기이한 현상이 드러나는데 섬뜩하다.

음식을 먹지 않아도 되는 군인으로 태어난 이브란 나노봇 안드로이드.

이름은 없고 알파벳으로 그들을 구분한다.

재밌는 점은 닮은 얼굴이지만 키가 다른 존재도 있다는 것이다.

모두 명령에 따라 움직일 것 같은데 갑자기 시가 떠오르는 이브도 나온다.

오랜 옛날 용훈과 파닛이 공부하고 연구했던 영시의 문구가 떠오른다.

단순한 안드로이드라면 이런 문제가 없겠지만 나노봇 속 기억이 이것을 불러온 것이다.

기계처럼 움직이던 안드로이드가 생각을 하고, 어느 정도 자아를 가진다.

현재의 우리 같은 인간이 거의 사라진 먼 미래를 생각하면 그들이 새로운 인류다.

치료 목적으로 개발한 나노봇들이 어느 순간 의식을 가진 것처럼 움직인다.


언어와 시, 기록과 기억. 인간과 나노봇 안드로이드.

나노봇 안드로이드 기억 속에 떠오르는 시어들.

하지만 이 안드로이드들은 자신의 상황을 기록할 뿐 시를 짓지는 못한다.

시가 사라진 세계이기에 시란 것도 알지 못하니 창작은 말도 되지 않는다.

음악은 또 어떤가? 악기를 연주할 줄 아는 사람조차 드물고, 악보는 존재하지 않는다.

시와 음악. 인류가 발전시켜온 문화다.

이 두 가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작가는 인간의 존재로 표현하고 있다.

불멸의 시대가 되었지만 불멸은 다른 방식으로 구현된다.

인류와 개인을 구분한 장면과 순간들, 그 사이를 채우는 감정들.

묵직하지만 어느 순간 뛰어난 가독성을 보여주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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