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열린책들 세계문학 295권이다.
생각보다 세계문학 시리즈가 오랫동안 나오고 있다.
이 소설은 오래 전부터 읽고 싶었다.
자세한 책 내용은 몰랐지만 작가 이름 때문에 그랬다.
지금 읽으라고 하면 읽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학창시절 <모비 딕>을 재밌게 읽었다.
이 기억은 작가의 작품에 대한 기대로 당연히 이어졌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그의 다른 번역 소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 소설이 번역되어 나왔을 때는 다른 장르에 빠져 이전 같은 강한 바람은 많이 사라졌다.
그렇지만 이 책 제목을 보면 늘 잊고 있던 기억들이 살아났고, 기회가 왔다.
<필경사 바틀비>도 상당히 많은 판본들이 나와 있다.
단권도 있고, 두 편 이상을 묶어 낸 책들도 있다.
이 책은 다섯 편으로 가장 많은 단편이 실려 있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민음사는 두 편을 담고 <필경사 바틀비. 선원 빌리 버드>로 내었다.
다른 판본과 하나씩 번역을 비교할 수 없지만 아쉬운 번역본들도 있었다.
문장의 가독성은 현대적이지만 내용을 너무 삭제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문장이 삭제되거나 의역이 심한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
이런 비교를 하게 된 데는 우연하게 한 문단을 비교할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기 전 번역에 대한 글을 읽은 탓도 있다.
표제작 <필경사 바틀비>는 내가 기억하는 내용과 달랐다.
월 스트리트에서 오랫동안 필경사 일을 했다고 알고 있었는데 아니었다.
이야기의 화자도 바틀비를 고용한 변호사였고, 그가 고용한 기간도 길지 않았다.
먼저 그의 사무실 현황과 왜 바틀비를 고용하게 되었는지 말한다.
서로 다른 성향의 두 필경사 이야기는 코믹하고 조금 황당하다.
하지만 이들도 바틀비에 비하면 조금 독특한 정도에 불과하다.
바틀비는 자신의 자리를 벗어나지도 않고, 퇴근도 하지 않는다.
필경사들이 자신들이 필사한 것에 오타가 없는 지 검토하는 자리에도 참석하지 않는다.
“하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란 거절과 함께.
이 문장은 이후 변호사가 다른 일을 요청할 때마다 등장한다.
처음 이 문장을 읽고 어리둥절했다.
피고용인이 고용주에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니 대단하다.
분위기는 싸늘해지고, 다른 필경사들이 분노하는 것도 당연하다.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서 사는 바틀비를 우연히 발견한 변호사.
그를 내보내려고 하지만 실패하고, 오히려 그가 떠나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후 일어나는 사건들은 바틀비의 괴팍함을 보여주는 듯하다.
하지만 마지막 장에서 바틀비의 과거 일 하나를 알려주면서 생각이 바뀐다.
쉽게 해석하기 힘든 이야기이지만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현대 자본주의의 중심지인 월 스트리트와 해고된 노동자의 관계 등으로.
<총각들의 천국, 처녀들의 지옥>은 두 지역과 서로 다른 환경에 있는 남녀 이야기다.
천국은 영국 런던에서 변호사인 남자들이 누리는 부유한 식사 장면이다.
반면에 지옥은 산속 추운 분지 속 제지 공장의 기계 부속처럼 일하는 여성들의 노동현장이다.
<빈자(貧者)의 푸딩, 부자(富者)의 빵 부스러기>도 두 지역과 다른 상황으로 풀어낸다.
친구의 말을 듣고 가난한 집을 방문해 듣게 되는 사연과 푸딩의 맛.
부자들이 자선을 베푼다고 한 현장은 음식물 처리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부자들이 생각하는 자선과 그 행동은 실제 이면을 보면 놀랄 때가 많다.
<행복한 실패>는 한 발명가의 주장과 실패가 황당하게 다가왔고, 왠지 울림이 없었다.
<필경사 바틀비>를 포함한 이 단편들은 생활고에 시달리던 시기에 쓴 것이리고 한다.
<빌리 버드>는 멜빌을 재평가하는 계기를 제공했다고 한다.
다양한 판본이 존재하고, 멜빌의 유고를 정리하는 과정에 생긴 오류를 담고 있다고 한다.
버드가 탄 배의 이름이 번역본에 따라 다른 경우가 있다.
버드의 외모에 대한 묘사는 조각 미남 그 자체다.
사람들의 사이의 분쟁을 해소하는 데도 상당한 능력을 보여준다.
하지만 해군 함선에 강제 징집되면서 그의 장점은 조금씩 가두어진다.
여기에 그의 외모와 행동을 질시하는 장교의 등장은 군함 생활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
어린 빌리가 자신의 문제에 대해 노선원에게 질문하는 장면과 그 결과는 예상 외다.
노련한 선원의 적절한 대답은 없고, 작은 감탄만 있을 뿐이다.
그 시절 군함이 중요시한 것들이 무엇인지 말하고, 그 결과가 만들어낸 죽음은 묵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