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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인이 오다가다
  • 한 방울의 내가
  • 현호정
  • 13,950원 (10%770)
  • 2025-01-31
  • : 3,000

다른 단편집에서 만난 적이 있다.

<옥구슬 민나>였는데 상당히 어렵게 읽었다.

이 책을 선택할 때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 목차를 제대로 보지 않았다.

제1회 박지리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이력이 나를 유혹했다.

사실을 말하자면 박지리의 소설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

다만 몇 권 소장하고 있고, 늘 읽어야지 생각만 한다.

알았다면 읽지 않았을까? 하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말할 것 같다.

이번 단편집도 힘들게 읽었지만 이전보다 느린 독서로 재밌는 대목들을 발견했다.


각 단편의 제목도 상당히 특이하다.

한글 제목 밑에 영문 제목이 적혀 있는데 직역이 아니고 이미지를 담고 있기도 하다.

첫 단편 <라즈베리 부루> ‘Raspberry BorO’인데 영문만 놓고 보면 전혀 알 수 없다.

<돔발의 매듭>은 ‘Dombal’s oooooooooooooooooooOO’인데 읽고 나면 이 괴이한 제목이 이해된다.

<연필 샌드위치>는 2023년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고 하는데 솔직히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야기 중심의 소설을 주로 읽다가 이런 형식의 소설을 만나면 멘붕에 빠진다.

이 단편들을 다른 소설들보다 느린 속도로 읽으면서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집중이 작가가 말하고 보여주고자 하는 것을 이해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단지 좀더 몰입하고 이야기들이 눈에 살짝 들어왔다는 정도다.


라즈베리 부루는 화자의 피를 먹고 자라고 움직이는데 명확한 것이 전혀 없다.

지하층에 머무는 화자의 정체도 정확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이것은 돔발이란 인물의 정체와도 연결된다.

부조금을 내려 갔다가 얼떨결에 친구가 되고 상주 위치에 선 돔발의 이야기다.

<~~물결치는~몸~떠다니는~혼~~>에 나오는 두 인물은 또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지구가 물에 잠긴 후의 세계와 기형의 탄생은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연필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는 꿈은 또 얼마나 기괴한 것인가!

이런 소설들을 읽다 보면 어디까지 가지를 치고 다가가야 할지 난감하다.

<청룡이 나르샤>에 오면 판형도 달라지고 두 개의 이야기가 나란히 나온다.

한쪽 줄을 먼저 다 읽은 후 다른 줄은 읽었는데 이 방식이 맞는지 잘 모르겠다.


표제작 <한 방울의 내가>는 단편과 연극으로 올린 희곡이 같이 실려 있다.

메이의 눈물 한 방울이 겪게 되는 모험과 성장과 성찰 등은 의미심장하다.

이 단편을 희곡으로 만들었는데 가장 궁금한 부분은 어떤 음악일까? 하는 부분이다.

1인극과 피아노 연주자만 있는 연극이었기 때문이다.

단편 속에서 한 방울의 물이 대화를 나누었던 모든 것이 피아노 음악으로 대체된다.

물론 한 방울의 물이 단편 속 상황이나 상대의 대사를 자신이 내는 경우도 있다.

이 단편을 읽으면서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되는데 마지막 장면은 아주 인상적이다.

다시 메이를 만났을 때 떠올리는 열린 가능성 때문이다.

비현실적인 상황들을 능청스럽게 풀어내고, 시간과 공간을 확장하는데 이 부분이 조금 버겁다.

장편도 나와 있는데 과연 이 작품들은 어떨지 언젠가 한 번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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