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익은 제목들의 작가지만 처음 만났다.
작가의 책들을 보면 실존 인물들을 소재로 한 책들이 눈에 띈다.
난설헌, 이중섭, 정약용 등이 그렇다.
이번 소설은 현대 배경이고, 약간의 미스터리 요소를 넣었다.
신춘문예 출신 모경인의 죽음을 두고 다양한 시선과 관계들이 풀려나온다.
그가 목맨 줄의 매듭을 보고 장르 소설가이자 사립탐정인 우정이 타살로 규정한다.
경찰에 신고부터 해야 하는데 시체를 발견한 사람들의 과거 사연이 흘러나온다.
뭐지? 가 가장 먼저 든 생각이고, 16년 전 사건은 하나의 단서다.
가장 먼저 나온 강문혁의 유고 에세이 기념회를 보고 단편인 줄 알았다.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면서 장편 소설이란 것을 알게 되었고, 읽는 호흡도 바꾸었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한 지역과 한 가문과 엮여 있다.
경기도 양평 쌍돈마을과 강산문원이란 지역 도서관 겸 작업실이다.
강문혁이 오랫동안 식물인간처럼 있다가 결국 죽었다.
그의 절친인 경인이 그의 메모들을 모아 한 권의 유고 에세이로 만들었다.
실제 내용을 들여다보면 대필작가 수준의 창작이다.
그리고 이 사실을 두고 엮이고 꼬인 관계들이 하나씩 드러난다.
모경인. 신춘문예 출신 작가이지만 그가 이룬 것은 잘 보이지 않는다.
많은 동생들이 강원도에서 힘들게 생활고를 겪으면서 지낸다.
그가 신춘문예 당선된 사실을 부모님께 알렸을 때 반응은 현실적이다.
경인은 친구 강문혁과 닮은 꼴을 하고 다녔고, 나쁘게 말하면 빌붙어 살았다.
작가라는 타이틀이 바로 성공과 이어지는 것이 아니다.
대학교 시간 강사가 전임이나 교수로 가는 길은 좁고 힘들고 돈이 많이 든다.
현실적으로 이 일은 아주 힘들다.
이에 비해 미국 하버드를 졸업하고 서울대 교수가 된 강문혁.
그의 삶도 결코 평탄하지 않고 뒤틀려 있다.
이 둘과 연관된 인물 중 가장 중요한 인물은 개명 전 조안숙이었던 조안이다.
조안의 언니 조순숙의 죽음은 모경인과 강문혁과 연결되어 있다.
조안은 간호대학을 졸업한 후 편입으로 한의대에 입학했다.
출판사 대표 나주연은 조안을 마녀라고 부르는데 중반까지 그 존재가 희미하다.
경인과 조안의 관계는 쉽게 가까워지지 못하는 연인처럼 보인다.
이 둘 사이에 파고드는 모양새인 문혁.
경인과 문혁의 뒤틀린 관계를 늘 불만스럽게 보는 배우정.
문혁을 위해 다른 사람들을 돈으로 부리는 강회장.
이 강회장의 왜곡되고 폭력적인 욕망은 읽으면서 계속 의문을 가지게 한다.
엇갈린 사랑, 풀리지 않는 과거, 계속되는 회상.
우정이 경인의 시체를 발견하고 계속 타살을 주장하는 것은 왜일까?
이 공간이 다른 시간과 공간으로 넘어가서 펼쳐내는 이야기는 결코 명확하지 않다.
현재와 과거가 교차하는 장면의 구분이 뚜렷하지 않다.
범인을 찾으려는 노력보다 회상에, 과거에 더 빠져든다.
타살의 가능성이 검토되고, 용의자가 말해지지만 확실하지 않다.
마지막에 밝혀지는 과거의 한 사건은 두 청춘을 집어 삼켰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그 죽음에 대한 충분한 해답은 아닌 것 같다.
아니면 내가 그 이유를 놓친 것일까? 마지막 장을 다시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