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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인이 오다가다
  • 봄에 나는 없었다
  • 애거사 크리스티
  • 13,500원 (10%750)
  • 2022-06-10
  • : 1,576

1944년 메리 웨스트매콧이란 필명으로 낸 소설이다.

얼마 전에 읽은 <딸은 딸이다>보다 몇 년 빠르다.

1944년 작품이고, 1930년대 말 영국 등의 유럽인들이 히틀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

이것과 별개로 소설 속에서 다루고 있는 이야기는 상당히 재밌다.

조앤 스쿠다모어의 삶을 반추하는 소설인데 많은 생각이 오간다.

막내 딸 바버라가 아파 바그다드로 서둘러 왔고, 딸이 안정되자 집으로 돌아온다.

이 과정에 학창시절 숭배했던 블란치 해거드를 만난다.

그녀의 파란만장한 삶 이야기는 도덕적이고 완고한 그녀에겐 불쌍해 보인다.

그녀가 어떤 성격인지 알려주는 대목들 몇 곳이 나오지만 진짜 삶의 모습은 기차역에 갇힌 그 순간부터다.

폭우로 이스탄불로 가야 하는 기차가 연착되고, 읽으려고 들고 온 책들을 모두 읽은 후에 일어난다.

황량한 사막과 특별히 할 일이 없는 그녀가 오랜만에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

많은 선지자들이 사막에서 수련해 자신의 삶을 바꾸었듯이.

이 한가로운 시간 속에서 바쁘게 남편과 자식들을 위해 산 그녀의 삶이 흘러나온다.

하지만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녀가 남편과 자식들을 위해서 살았다고 생각한 삶들이 이전에 그녀가 생각한 것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자신이 믿고, 단단하게 벽을 쌓아 올린 삶의 다른 모습들이 하나씩 드러난다. 각성의 순간들이다.

이 이전에 있었던 조앤의 삶을 보면 현재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극성 엄마들의 삶과 닮았다.

자신의 삶을 다 받쳐 자식의 성공을 바라면서 온 힘을 다하고 있다고 말하는 엄마들 말이다.

자신이 믿는 바를 위해서 현실의 모습에 눈을 가린 조앤의 삶은 상당히 행복해 보인다.

자식들이 엄마는 모른다고 할 때도 그녀는 자신이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굳이 알려고 하지 않는다.

이렇게 살아온 그녀가 신기루 같은 삶의 이면을 살짝 엿본다.

무심코 본 장면과 무심코 나눈 대화 등에서 그녀가 결코 알고 싶지 않았던 사실들이 줄줄이 드러난다.

이 각성은 사랑하는 남편 로드니를 만나 용서를 구하고 새로운 관계를 바란다.

하지만 이 각성이 현실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많은 용기와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작가는 조앤이 각성한 장면들이 결코 허상이 아님을 에필로그를 통해 알려준다.

자신만의 세상 속에서 항상 행복했던 그녀.

그 세상이 깨어지길 바라지 않는 남편 로드니. “휴가는 끝났어.”라고 몰래 한숨을 내신 그.

개인적 취향은 먼저 읽었던 <딸은 딸이다>보다 이 소설이 훨씬 마음에 든다.

자신이 속인 현실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밀어붙이는 사람들이 얼마나 위험한지 다시 한번 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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