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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인이 오다가다
  • 폴른 : 저주받은 자들의 도시
  • 데이비드 발다치
  • 13,320원 (10%740)
  • 2019-07-12
  • : 1,287

에이머스 데커 시리즈 4번째 이야기다. 아쉽게도 세 번째 이야기는 읽지 못했다. 액션이 강하게 부각되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기에 이번 작품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 이번 작품은 현대 옷을 입은 고전 추리와 닮은 점이 상당히 많다. 전작들에서 강하게 부각시키고, 많은 부분을 할애한 모든 것을 기억하는 능력을 이번 작품에서 그렇게 많이 보여주지 않는다. 오히려 머리에 충격을 받은 후 기억력에 이상이 생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시리즈에 변수가 생길 수 있음을 알려주는 설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데커는 휴가를 받고 FBI요원 알렉스 재미슨의 언니 집에 온다. 이 작은 소도시는 배런1세가 탄광을 발견하고 공장을 세우면서 성장한 도시였다. 도시 이름도 배런빌이다. 그러나 산업은 성장하지 못하고, 도시는 실업과 마약 등으로 몰락한 상태다. 제대로 된 직장이 없다는 것은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없다는 의미고, 이것은 삶의 의욕을 꺾는 일이 된다. 번성했던 과거는 사라졌고, 이 도시 사람들은 배런 일가를 미워한다. 아니 증오한다. 모든 책임을 그들에게 지운다. 왜 바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공장을 팔고, 수많은 가장들을 실업자로 만들었느냐 하면서. 배런 1세 이후 무능했던 후손들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지만 그 때문에 후손들을 증오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이런 도시에 모기남 데커가 온 것이다.

 

평범한 휴가를 기대한 데커에게 앞집에서 번쩍이는 불빛이 수상하다. 그곳에서 그는 시체 두 구를 발견한다. 한 명은 매달린 상태로 죽었고, 다른 한 명은 경찰복을 입고 죽었다. 문제는 이 시체들의 상태다. 이상하다. 차가운 상태고, 몸에 상처가 없는 데 피가 흘러있다. 경찰에 신고하면서 본격적으로 데커는 배런빌 연쇄살인사건에 발을 내딛게 된다. 그리고 알게 되는 사실 중 하나는 이 사건 전에도 두 사람이 죽은 사건이 있다는 것이다. 두 사건은 같은 살인자의 짓일까? 아니면 다른 사건일까? 그리고 신분증이 없는 두 시체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렇게 이야기는 시작한다.

 

고용이 무너진 도시는 재생의 가능성이 낮다. 미국 러스트 벨트 도시들 모습은 다른 책에서 이미 본 적이 있다. 술, 마약, 매춘 등으로 가득하다. 가능성과 희망이 사라진 자리를 약들이 점점 자리를 차지한다. 이 소설에서 흔한 마약보다 더 무서운 것으로 진통제 같은 처방약들을 말한다. 일반적인 마약 중독과 또 다른 위험이 이 도시를 뒤덮고 있다. 무너진 고용 때문에 수많은 가정이 깨어진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몇 명이 이 해고의 피해자 가족이다. 조금만 둘러봐도 그 피해자가 보인다. 그들은 이 악의를 현재의 배런에게 쏟아낸다. 자신의 삶이 무너진 것을 그 집안의 문제로 만들면서 작은 위안을 얻는다. 불편하다.

 

데커외 재미슨이 하나의 단서를 쫓아다니면서 조각들을 모은다. 그러다 하나의 단서를 쫓다가 트레일러 속에서 죽을 뻔한다. 이때 폭발한 트레일러에서 날아온 조각에 머리가 찢어진다. 기억에 혼선이 생긴다. 데커의 수사는 조용하고 안전하게 이어지지 않는다. 용의자를 만나고, 현장을 둘러보면서 단서를 모은다. 처음 시체들을 발견한 집 근처에 사는 노인들을 만나기도 한다. 그 중 한 노인이 말한다. 배런빌에 불법인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이 노인들과 만남을 통해 처음 시체들을 발견한 당시 그가 보고 들은 것들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다.

 

살인사건의 범인이 누군지 찾는 문제와 보물찾기도 같이 나온다. 배런 1세가 숨겨놓은 보물 이야기다. 그 후손들이 열심히 찾았지만 발견하지 못한 보물이다. 살해당한 피해자 중 한 명은 이 보물을 찾고자 한 인물이다. 이 수사 도중 재미슨의 형부가 물류센터 로봇에 의해 죽는다. 의심스럽다. 작가는 이 사건들과 단서들을 하나씩 펼쳐놓는다. 뒤에 가면 또 다른 사건이 벌어지고, 추악하고 잔혹한 사건들이 이어진다. 전작처럼 데이터의 홍수 속으로 들어가 조사하고 머릿속에서 비교하는 장면이 없다. 움직이고, 추론하고, 용의자들로부터 위협을 받는다. 예상한 악당이 나오고, 반전에 반전이 펼쳐진다. 살인빌이라고 불러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 몰락한 도시가 직면한 최악의 모습을 작가가 이 소설 속에 구현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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