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아이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은 적 있다.
“어른과 아이도 친구가 될 수 있나요?”
물론 대답은 아주 쿨~하게 ‘그렇다’고 답해줬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우정을 나누려면 무엇보다 공통된 관심사와 공감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어른과 아이 사이에 그게 가능할까?
문득 깡통소년이나 오이대왕의 동화작가로 유명한 뇌스트링거 인터뷰가 떠올랐다. 그는 아이들에게 교훈을 주기위한 동화는 결코 쓰지 않는다고 하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어른들의 칭찬과 꾸중을 통해 아이들은 깨닫지 않는다. 경험과 고통을 통해 스스로 배우고 자란다.”
그러고 보면 어른들이 흔히 저지르는 오류가 아이들을 가르쳐야 한다는 강박이 아닐까 싶다. 그런 자세로는 결코 친구가 될 수 없을 거다.
친구란 배우고 가르치는 관계가 아닌 함께 공감하고 어울리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제삿날 아이모습으로 민호 앞에 등장한 왕할아버지의 존재는 무척 놀라웠다. 예상을 깬 의외성 뿐 아니라 살아온 환경과 문화가 다름에도 이들은 또래라는 공통분모 속에 아무런 거리낌 없이 어울려 놀기 때문이다. 이들의 놀이가 별 거 없는 일상의 한 부분에 불과한데도 특별하게 다가오는 건 우리를 둘러싼 환경 때문일 거다. 무한 경쟁으로 내몰리는 우리의 아이들은 더는 또래라는 공통분모 속에 거리낌 없이 어울릴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사는 곳, 유치원, 또는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크게 품어줄 자연도 없다.
우리는 아이에게 어떤 어른일까?
뜻밖의 모습으로 성큼 다가온 왕할아버지는 우리도 한 때 아이였다는 걸 일깨워 주면서 우리가 과연 아이뿐 아니라 누군가와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존재인가 새삼 돌아보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