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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님의 서재
  • 고스트 프리퀀시
  • 신종원
  • 10,800원 (10%600)
  • 2021-10-15
  • : 138

 

 

신종원의 『고스트 프리퀀시』는 어디로 확장될지 모르는 소설이다.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세 개의 소설로 구성된 이 책은 “종족과 형태를 막론하고, 모든 포유류 태아는 생명의 줄기인 옴팔로스로 어머니와 연결된다.”라는 흥미로운 문장으로 시작된다. 다소 장황하게 일상을 재구성하는 그의 신화적 상상력은 이공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한다. 이 소설에서 드러나는 그의 관심사는 다양하다. 당장 몇 문장만 읽어봐도 그가 생물학과 화학, 건축공학과 같은 이공학뿐 아니라 역사나 신화, ‘약사법’을 통째로 들고 오는 모습에서 의학이나 약학에도 감각이 곤두서 있음을 알 수 있다.

 

십면체 주사위에 주목해 보드게임의 형식으로 전개되는 「아나톨리아의 눈」은 첫 장부터 독자들을 위한 독특한 가이드를 제시하고 있다. 데뷔작에서부터 음악과 소리에 관한 깊이가 두드러졌던 감각이 이 소설에서는 쇼팽을 향한다. 바르샤바에서 봉기한 피오트르 비소츠키의 군대와 무장시민들을 보여주다 불쑥 문예창작 입시과외의 풍경으로 넘어가는 소설의 전개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느껴질지 모르겠다. 다소 장황하고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 그러나 삶 자체가 혼란의 연속이라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신종원의 소설은 그 혼란과 감각의 동요를 유기적으로 엮어나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편으로는 ‘소설가’가 주인공인 소설을 이렇게 연속적으로 배치하는 것이 좀 지루하다는 생각도 든다. 특히 「고스트 프리퀀시」를 읽을 때는 또 소설가가 주인공인가? 하는 생각이 자연스레 떠올랐던 것 같다. 소설가로서의 자의식이 깊어 보여 좋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단점으로 드러날 수도 있겠다고 느꼈다. 물론 겨우 세 편의 소설로 판단하기는 힘들다. 얇은 책으로 자신의 세계를 선보여야 하니 지면상의 한계도 있었을 것이다. 앞으로 좀 더 따라 읽어봐야 겠다. 원래 신종원의 소설을 좋아했던 사람이나, 소설의 새로운 풍경을 마주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게임을 하듯 부호와 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유령의 세계로 진입해 있을 것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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