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프, 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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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시골에 살 때 항상 갔던 갈비집이 있다. 특별한 맛있다거나, 유명해서 간 건 아니다. 주변에 외식을 할 만한 곳이 거기밖에 없었다. 하지만 내가 그 갈비집을 좋아했던 이유는 따로 있다. 그곳에선 항상 에피타이저로 양송이수프가 나왔다. 나와 동생은 갈비가 나오기도 전에 양송이수프를 두세 그릇씩 해치우곤 했는데, 그때마다 엄마에게 고기 먹기도 전에 배를 채우면 어떡하냐며 야단을 맞았던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하면 그곳의 수프는 특별할 게 없었다. 그냥 평범한 양송이수프였다. 하지만 그 양송이수프는 내가 살면서 처음 먹어본 수프였고, 나는 달콤짭쪼름한 그 수프의 맛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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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10분 완성 수프도시락>을 보았다. 솔직히 말해 나는 수프의 종류를 잘 알지 못한다. 수프, 하면 떠오르는 것은 양송이수프와 <영혼을 위한 닭고스 수프> 정도가 전부다. 세상에 이렇게나 많은 수프가 있다는 것도, 수프가 이렇게나 만들기 쉬운 음식이란 것도 이 책을 읽으며 처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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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재료를 사러 나가기는 귀찮아 일단 집에 있는 재료로 한 번 만들어보기로 했다. 김치와 대패삽겹살이 있었고, 그나마 비슷하게 만들어볼 수 있는 건 ‘대파와 돼지와 김치를 넣은 수프’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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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열심히 만들어보려 했는데, 끓이고 보니 수프보다는 김칫국에 가까워졌다. 하지만 먹어보니 김칫국과는 좀 다르다. 처음에 수분을 날리는 그 과정 때문일까? 뭔가 김칫국보다는 싱거웠는데, 그 싱거움이 부족함으로 느껴지진 않았다. 맛있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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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책은 처음 읽어봤는데, 이거 생각보다 재밌다. 자취하면서 요리에 조금이나마 재미를 붙여서 그런지도 모른다. 이 책은 수프 도시락을 점심에 먹을 것을 권하고 있지만, 나로서는 아침에 먹는 게 더 괜찮을 것 같았다. 시간이 날 때마다 만들어 먹어봐야겠다. 책은 유튜브를 보고 따라하는 것과는 또 다른 매력, 정적인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