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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의 흐르는불

 내가 먹은 에너지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아무래도 내 뇌 중 언어 영역은 특히 가소성이 너무 높은 것 같다. 


 올해 연초에 1년 반만에 복직했을 때는 언어를 하나 잃어버린 것 같았다. 말문이 터지질 않아서 답답하고 힘들었다. 11년이나 매주 50시간 이상씩이나 매일같이 했던 일인데도 1년 반만에 까맣게 잊었다. 


 1년만에 다시 일기를 쓰려고 하니 또 언어를 잃은 기분. 갑갑한데 손가락이 움직이질 않는다. 그래서 매일 한줄씩만 쓰다보니 어떤 날은 두줄도 쓰고 어제는 몇줄 쓰고. 책도 하나씩 하나씩 읽고 싶은데 읽히질 않아 가벼운 책들부터 한줄씩 다시 읽어나가는 중. 
















나는 그들이 얼마나 완벽한지, 얼굴의 좌우대칭은 얼마나 정확한지, 잡티가 하나도 없는 피부는 얼마나 윤기가 흐르는지에 대해 중세의 기사처럼 혈관 하나하나를 풀어헤쳐 길게 노래하길 원했다. 끊임없이 성벽을 타고 올라가 끝내는 정복하고 마는 담쟁이처럼, 온 힘을 다해 그 아름다움을 설명할 말을 찾고 싶어했다. 17p

 

 요즘은 나에 대해 설명할 말도 못 찾고 헤매는 중이다. 설명하지 못하는 건 아는 게 아니라던데.. 빠니보틀에 빠져서 덕질을 시작했고, 작년에 본 최애 타오르다에 이어 덕질 2부작 환상통을 봤다. 음악 소비량이 급격하게 늘었다. 유튜버 팬이라 유튜브에 빠져있는 시간도 급격하게 늘었다. 덕질하려고 인스타도 다운받고 계정도 만들었다. 


나는 내가 알 정도로 유명한 연애소설들, 여기에 다 적을 수는 없지만 누구나 알고 있는 그런 고전을 읽었고, 눈에 띄거나 인상깊은 구절을 기록했다. 어떤 것은 문맥 파악을 위해 문단 전체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나는 지금도 욀 수 있는 몇 개의 좋은 문장을 건졌지만, 당시 내가 강하게 느꼈던 건 '사랑하는 이들'이라는 이름 아래 나와 근친성을 주장하는 화자들이 대부분 거짓된 인물이거나 혹은 이해 불가능한 변태라는 사실이었다. 독자인 내가 화자와 동일시될 수 없으니 독서가 제대로 될 리 없었다. -40p


 작가는-뒤에서 경험에 기반한 소설이라고 나온다- 덕심을 이해하고자 각종 연애소설을 탐독하고 분류했다고 한다. 이렇게 창조적인 방법이 있었던가? 당장 따라해보고 싶다.


만옥을 만나기 전, 마음속에 사랑이 넘쳐 담아둘 길이 없을 때면 나는 귀중한 이 얘기를 사람들에게 했었다 -10p


 무심코 자기전에 영상을 보다 하나마나한 얘기를 했다. 

 빠니보틀 잘생겼지 않아? 

 그건 아닌것 같다 

 잘생겼는데 이거 봐봐

 아 근데 인터넷에 이런 얘기가 있더라 사주에서 연애운이 들어올때 연애를 안하면 덕질에 빠진다 하던데

 오 그래? 

 덕질도 사랑이 맞긴 하지

 듣고보니 맞는 말 같기도 했다. 아무튼 빠져있는 00 00하지 않아? 라는 질문은 묘한 데가 있는데. 물어보는 사람은 돌아오는 답이 예든 아니오든 즐겁고 행복하다. 예면 예~~! 진짜 00하지? 진짜 진짜~~ 라서 신나고, 아니오면 그래? 그렇군 진짜 00한데~~? 입꼬리 올라가면서 행복하다. 나는 덕질하는 사람을 별로 못 만나봐서 나한테 물어보는 사람은 없었던 거 같아서 답해본 기억이 없어서 몰랐는데.. 답하는 사람은 예든 아니오든 귀찮고 의미없는 것 같다. 


 사랑의 힘으로 뭔가 괜찮은 걸 쓸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별로 아닌 것 같다. 참고문헌이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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