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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부터 옷장 정리를 했다. 이번 주 계획이 한참 틀어진 김에 또 그동안 여러 우연이 쌓인 김에. 어제 집에 도착했을 때 책도 같이 도착하게끔 주문해둔 책과 굿즈들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오늘 아침에야 뜯어봤다. 책을 사서 가까운 곳에 던져둬야 차근차근 따라하면서 정리가 될 것 같아서 같이 시켜둔 '주말엔 옷장 정리'. 아침에 놀이방타임으로 가벼운 책 한시간 정도 보고 지역분석하려고 했는데, 잘못 골라서 이 시간까지 옷장 정리. 
















 작가 소개를 보고 찾아보니 옷 정리와 스타일 코칭까지 같이 하시는 분이어서 설득력이 있었다. 책은 주말에 하는 옷장 정리 컨셉에 충실하다. 나는 옷장 정리가 주말 이틀로 된다고? 힘들어서 못한다 는 생각으로 가득했는데 직접 해보니 가능했다! 함정은 내가 일요일에 시작했다는 거. 토요일에 옷장을 비우고 남길 옷 남기기. 일요일에 있는 옷으로 매치해보고 채울 템 정하기 구성이다. 


 9시 반에 시작해서 중간에 밥도 먹고 힘들면 쉬고 4시까지 비우고 남기기 끝. 비밀은 이번 계절의 옷만 정리하는 것. 옷장 정리 하면 엄청 거대 프로젝트 같아서 언제나 손댈 수 없었는데 한 계절은 생각보다 할만 했다. 모든 변화는 현 상태 파악으로 시작하니까 이번 계절 모든 옷을 바닥에 꺼내기로 시작한다. 코칭 경험상 모든 템 개수 40~80개가 대한민국 평균이라고 한다. 옷, 속옷, 양말, 가방, 신발, 액세서리까지. 오늘 요근래 받은 충격 중 상당히 큰 충격을 받았는데 옷만 꺼냈는데 80개였다. 120개 이상은 연예인 혹은 쇼퍼홀릭 등급. 난 둘다 아닌데. 옷 좋아하지 않는데. 옷 입는것도 좋아하지도 않는데. 새삼 시간과 누적의 힘이 무섭다. 꺼내다보니 나머지 기타템까지 하려고 하면 오늘 다 못 끝내고 온갖 짐이 다 나와있는 정신없는 상태로 일요일 밤을 맞이하고 싶지 않아서 빠르게 포기. 옷만 먼저 정리하기로 한 선택이 정확했다. 

 

지금 나는 사람들에게 어떤 이미지로 비춰지고 있나요? 나는 어떤 이미지를 가진 사람이 되길 원하나요? 내 신체 부위 중에서 강조하면 좋을 매력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내가 좋아하는 옷 컬러는 무엇인가요? 내가 일하는 곳에서는 어떤 옷차림이 적절한가요? 나는 어떤 옷을 입었을 때 몸과 마음이 편안한가요?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부터 찾은 다음에 '그런 걸 표현해줄 수 있는 옷이 무엇일까'를 생각해야 하는 것이죠. 사람은 스스로를 더 잘 알게 될수록 자신감이 생기고 자존감도 커져요. 나를 잘 알고, 나에게 맞는 옷을 당당하게 고를 때의 만족감은 생각보다 정말 크답니다. - 68p


 나는 옷은 몇 개 정해놓고 생각없이 그 중에서 꺼내입는 게 좋은데. 대체 무슨 옷이 80개나 있을까? 기가 막혔는데. 집에서 입는 옷 16개, 운동용 옷이 18개, 외출용 옷이 45개였다. (세다보니 왜인지 개수가 계속 달랐다.) 의아했던 건 나는 출근하고, 먹이를 포장해오고, 도서관에 다녀오고, 분기에 한번쯤 나들이 가는거 말고 외출이 없는데 왠 외출용 옷이 이렇게나 많을까? 비율이 잘못 됐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다음은 운동용 옷은 한번 입고 세탁하니까 많이 필요하긴 한데 저렇게나 많이 있었나? 싶고. 집에서 입는 옷도 야금야금 저렇게나 많아졌었나 싶고. 근데 이건 솔직히 외출용 옷들이 슬금슬금 전환되었겠지 싶긴 하지. 


 버리기는 

1. 딱봐도 버릴 것 

2. 사이즈가 안 맞는 것 

3. 입었을 때 불편한 것 

4. 최근 2년동안 한 번도 입지 않은 것 

5. 비싸서 못 버렸던 것 

6. 입었을 때 왠지 자신감이 떨어지는 옷 

순서대로 버린다. 


 딱 봐도 버릴 옷 9개. 

 사이즈가 안 맞는 것 2개. 

 입었을 때 불편한 것 3개. 

 최근 2년동안 한 번도 입지 않은 것 18개. 

 비싸서 못 버린 것 0개. 

 입었을 때 왠지 자신감이 떨어지는 것 1개. 


 버릴 옷이 총 33개였다. 딱 봐도 버릴 옷을 9개 들고 있었다는 것도 충격. 의외로 사이즈가 안 맞거나 불편한 옷이 5개라서 그동안 몸에 맞고 편한 옷 중심으로 들고 있었구나 안도했다. 최근 2년간 한 번도 입지 않은 옷은 더 있지만 그 중에서 버려야될 옷이 18개로 가장 많았다. 최근에 생활이 극단적으로 너무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2년으로 잡으면 대부분 옷을 다 버려야 한다. 다시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야 되니까 다 버릴 수는 없지. 18개 중 대부분은 나이대가 변하면서 입는 옷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제는 안 입을 옷들. 비싸서 못 버리고 있는 옷이 하나도 없어서 기분 좋았다. 버린 옷 중에는 오래된 티셔츠가 가장 많았다.  


 비우기 다음은 남기기. 바닥에 남아있는 옷들 중 옷장으로 다시 들어갈 옷을 고른다. 옷장정리에도 4분면이! 정리가 안 될 때는 4분면 사이언스로.

 1. 좋아하고 자주 입는 옷

 2. 좋아하지만 자주 안 입는 옷

 3. 좋아하지 않지만 자주 안 입는 옷

 4. 애매한 옷


 남기기를 마치고 남긴 여름 옷은 전부 45개. 집용 16→8개. 운동용 18→10개. 외출용 45→27개로. 남긴 옷은 의외로 원피스가 11개로 가장 많다. 최근 2년간은 대충 한 번도 안 입은 것 같은데도. 현재 상태에서는 버리기, 남기기가 충분하게 된 것 같지는 않은데 이건 라이프스타일이 아직 불안정한 탓 같다. 생활 스타일이 안정되어야 나를 반영하는 옷장도 자연스럽게 안정될 것. 그 전까지는 우선 반반 다이어트로 만족~


 남기기를 해보면서 충격받은 점은

 1. 좋아하고 자주 입는 옷 7개

 2. 좋아하지만 자주 안 입는 옷 13개

 3. 좋아하지 않지만 자주 입는 옷 14개

 4. 애매한 옷 11개

 로 여름 옷 전체 중에 내가 정말 좋아하면서 자주 입는 옷이 7개 밖에 안 된 다는 것. 또 자주 입는 옷 중에 좋아하지 않는 옷이 저렇게나 많다는 것. 자주입는 옷 중 좋아하는 게 적으면 매일 옷을 입을 때마다 만족스러움보다 그저 그런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다행인 건 자주 입는 옷을 좋아하는 옷으로 골라서 채워두면 1번 옷 비중을 올릴 수 있다는 점. 2번의 좋o 자주x 인 옷이 많을수록 옷장은 꽉 차있고 입을 옷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입을 때 기분이 좋긴 한데 일상에서는 잘 입지 않고 특별한 날에만 입는 옷들이라서. 


 좋아하는 옷, 아무거나 꺼내입어도 만족스러운 옷만 가득한 꿈의 옷장도 바라고 노력해야 구현될 것. 책에서는 환절기에 다음 계절 옷장 정리를 하는 걸 추천한다. 세 번 정리하고 한 바퀴 돌고나서 2~3번 반복하다 보면 점점 그런 옷장에 가까워질 것 같다.


 당장 버릴 옷은 버리고, 아직 쓸만한 옷은 다음에 외출할때 아름다운가게로 보낸다. 달아보니 전부 5kg. 분명 매치와 채우기가 더 어려울 것 같은데. 목적에 집중하면서 레버리지를 적당히 쓰면서 가보자.




+이제는 사진으로 가지고 있으면 충분하지~ 싶어 버릴 수 있었던 옷.(=1년 반 전 이사올 때까지만 해도 못 버렸던 옷)

 1번은 타이베이 놀러갔을 때 산 치파오. 입고 돌아다니려고 무난한 디자인으로 샀었다. 여행지에선 재밌었는데 한국에선 입을 일이 없고. 대만 언제나 다시 놀러가고 싶지만 자주 가는 건 아니고. 이제는 간다고 해도 저런 불편한 옷 입고 놀 생각이 없다. 가끔 옷장에서 보면 즐거웠는데 이제는 입을 수 있는 즐거움으로 자리를 바꿔줘야지. 

→체험형, 추억형 옷은 가능하면 대여해서 입자!


 2,3번은 대학생 시절 드라마 굿즈로 산 티셔츠들. 이제 절대 다시는 못산다고!!+이 드라마 너무 최고라고 흐엉헝ㅠㅠ 콜라보된 마음으로 언제나 버릴 수 없었고.. 프린트는 점점 갈라져가서 입고 외출이 어려워졌다. 이제는 왠지 보내줄 수 있게 됐다. 닥터 하우스도 빅뱅 너드들도 영원히 내 마음속에. 

→굿즈 티셔츠는 좋은데 못 입게 되면 버리자!


 4번은 17년 해프닝 콘서트 굿즈. (사실 다른 티셔츠는 덕질 박스에 들어가있는듯. 얜 왜 일반 옷장에 들어와있는지..?) 재질이랑 사이즈가 좋았던 굿즈인데 한 번도 안 입음. 사진이 등 뒤인데 사실 멤버들 눈 한 쪽이 터지는 디자인이 맘에 안 들었음. 처음부터 입을 생각은 없었고 그냥 17 해프닝 기념이니까 갖고 싶어서 샀는데 이제는 보내줄 수 있다. 하면 덕질 박스에 있는 다른 굿즈 티셔츠는 보내줄 수 있는가 하면 그건 아직 아닌 것 같다. 그건 항목이 다르니까. 

→진짜 공연 때 입고 갈 거 아니면 사지 말자!


 4번은 아직 회개가 부족한 것 같지만. 차차 개선되겠지. 일단 하나 버렸으니까 오늘도 참 잘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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