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에서 지식책으로 넘어가는 어린이 독자를 위한 '나의 첫 세계사' 시리즈]
어린이 대상 역사책은 학교에서 아직 역사 수업을 듣지 않은 아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역사적 사건의 인과관계를 잘 풀어야 한다. 그러나 단순히 '이야기를 들려주듯이', '이해하기 쉽게', 이건 사실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린이가 처음 읽게 되는 '첫 세계사' 책이라면, 그림책과 지식책 사이 어딘가에서 줄타기를 잘 해야 한다. 의성어와 의태어, 입말과 같은 문장들, 너무 길지 않은 리듬감 있는 문장들. 그러면서도 최소한 그 주제에서 담아야 할 지식 내용은 잘 담겨 있어야 한다.
<나의 첫 세계사> 박혜정 작가의 책은 능숙하게 그런 줄타기를 잘 해 낸 책이다. '인류의 시작'을 설명하는 단원에는 " 아주 아주 아주 아주 아주 엄청나게,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하고 어마어마하게 멀고 먼 옛날"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아주 먼 옛날"하고 끝날 수 있던 표현을 읽으면 리듬감 때문에 재미나게 한번 웃을 수 있다.
아프리카에서 시작된 인류가 다른 대륙으로 이동해 가면서, 기후에 적응해 간다는 부분의 설명은 이렇게 표현된다. "추운 곳에서는 추위와 친해져야 해. 더운 곳에서는 더위와 친해져야 해. 사람들은 자연과 어울려 사는 법을 배우고 자기들의 문화를 만들어 갔어"
이 책에는 '적응'이라는 단어 대신에, '친해져야 해'라는 입말이 나온다.
농경의 시작 단원에서는 모두가 합창으로 부르는 듯한 느낌의 노래도 등장한다. "밀의 씨앗을 심으면 밀이 자라! 보리의 씨앗을 심으면 보리가 자라! 싹이 났다, 여엉차! 물을 주자, 영차영차!"
이 지점이 되면, 박혜정 작가는 자기 아이에게 그림책을 많이 읽어주던 사람이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어린이 역사그림책은 역사지식을 쉽게 풀어서 설명해 주는 것에 그쳐서는 안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작품이다.
<나의 첫 세계사> 시리즈는 박혜정 작가의 내공과 역량을 그대로 다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초등 저학년 자녀와 조카를 둔 분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침대 맡에 스탠드 불을 켜고 아이에게 읽어주는 역사책으로도 부족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