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립서가 인스타에서 이 책의 출간 소식과 함께 책 페이지를 스르륵 넘기며 보여주는 영상을 봤다. 픽업된 그림들을 보고 가슴이 뛰었다. 그동안 우리 나라에 자주 소개되지도, 심지어 일본에서도 소위 '교과서'에 실릴 만한 메인스트림의 그림들은 아니었지만, 일본 근대 재야 화단의 일각에서 묵직하게 존재감을 뿌리내리고 있던 그림들이다. 한일의 근대미술사를 전공하고 있는 나에게 있어, 그동안 여러 도록을 넘길 때마다 항상 나의 눈을 두 번씩 끌었던 그림들이다. 그래서 나에게는 낯설지 않았다. 서경식 선생님이 이 그림들에 대해 어떤 말씀을 하실까, 무엇을 느끼셨을까 너무 궁금하고 기대가 되었다.
한편으로는 서경식 선생님이 이 그림들을 골랐다는 것이 왠지 모르게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왜 그랬을까. 지금 생각으로는 그 그림들에 '죽음'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꼭 어둡고 부정적인 의미의 '죽음'만이 아니다. 나이가 들며 주변 사람들의 죽음을 (그야말로) 당해가고 있고, 나 또한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의 순서표를 뽑고 대기하고 있이기에, 기회가 있을 때마다 멈추어 살피고 생각할 (친근해야 할) 주제인 것 같다. 서경식 선생님이 어느 강연장에서 '죽는 것이 대단하거나 나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라고 덤덤히 말씀하시던 모습이 종종 생각난다. 나는 개인적으로는 '죽음'이라는 단어를 옆에 두고 이 책을 즐거이 읽고 있다. 화가들의 질병, 전쟁, 고뇌, 죽음, 그 사이 사이에 제작된 작품들. 이들을 보면서 서경식 선생님의 사유를 읽노라면, 죽음은 삶과 어깨동무하고 예술을 생산하기도 하며 일상의 감흥을 풍부하게 만드는 유의미한 장치로 다가온다.
연립서가는 전작에 이어 도판과 글씨체, 표지 색과 디자인 등의 장정에도 세심하게 정성을 들인 듯하다. 앞으로도 많은 양서를 내주셔서 가슴 뛰게 해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