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왜 아무도 이 책을 제대로 번역하지 않을까. 미국에서 큰 인기를 모은 이 책은 개정판까지 하여 두 번 번역되었다. 그러나 두번의 번역 모두 엉성하다.
이 책의 핵심은 서문에서 나온 것처럼 "기술"에 있으며 매우 구체적인 상황과 대화들, 개념 정의가 특징이다. 그런데 번역자는 모두 이 책의 상당 부분의 내용을 의도적으로 삭제하고 추려서 번역하였다. 예를 들면 <기법2 대상을 겨냥해 질문하라>에서는 학생들에게 어떤식으로 질문할지를 설명한다. 저자는 질문방식을 설명하고, 한발 더 나아가 학생들이 올바른 답을 주었다고 해서 반드시 이해했다고 볼 수는 없다는 점을 더 생각해보길 바란다고 한다. 그래서 엄밀히 학생을 이해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신뢰성과 타당성(reliability&validity)"을 체크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역자는 여기서 번역을 끝내버린다. 원저에는 신뢰성과 타당성의 개념을 설명하고 구체적인 발화법까지 설명한다. 나는 원저의 내용을 읽으면서 감탄했다. 그런데 왜 역자는 이 내용을 멋대로 빼버린것일까. 이게 역자가 말하는 "치우침 없는 공정한 번역"인가. 원론적인 내용이 아니라 구체적 예시에서 이 책의 진짜 가치가 있다는 점을 역자는 번역하면서 정말 몰랐던 것일까.
어떤 사람은 이렇게 나에게 말할수도 있겠다. 그렇게 영어를 잘하고 비교해서 볼거면 영어책을 보지 왜 한국어 번역을 꼬투리 삼냐고. 일단 내 영어는 한국어만큼 유창하지 않으니 번역본을 선호한다. 문제는 번역본을 읽다보니 무언가 이상하다 싶을 때(번역이 어색하거나, 내용을 설명하다 만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원저를 체크하다 보면 어김없이 번역 오류와 의도적으로 번역을 생략했다는 것을 너무 많이 확인했기 때문이다. 정말 좋은 책이지만, 한국어 번역이 이 책의 진가를 보여주지 못해 아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