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 맛집 산책
ekfrhd2854 2023/09/13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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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성 맛집 산책
- 박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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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0) - 2023-09-10
: 983
낯선 주제로 책을 쓴 이유는 그곳에서 어떤 음식을 팔았으며 그 맛은 어땠는지에 대한 호기심으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당시 조선에 외식 메뉴가 자리 잡고 분화되는 시기였는데, 그래서 경성의 맛집은 즉 근대 조선에서 일어난 외식의 정착과 문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대상이기도 하다.
저자가 음식을 공부하게 된 이유 가운데 하나는 그것이 얼마 남아 있지 않은 기억이라는 생각 때문이라고 한다.
아직은 지금의 식습관을 구성한 사회적, 문화적 취향과 그 근간에 놓인 제도를 더듬는데 머물고 있지만, 나중에는 이전의 음식에 담긴 상징적인 사고를 밝히고자 하는 저자의 의도가 멋있었다.
추가로 자본이 모든 것을 가늠하기 전의 사고이니, 이전의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서둘러야 할 과제라는 말에 나또한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이다.
생소할수도 있는 위치와 이름들에도 세부적인 설명들과 그 당시 가격과 현재 가치의 비교, 지도, 더불어 삽화와 사진까지 첨부되어 있어 더욱 이해도 쉽고,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려졌다.
아서원이라는 경성을 대표하는 중화요리점에서 열린 김유정의 신춘문예 당선 축하회 사진은 매우 흥미로웠다.
1935년 조선일보에 실린 사진으로 각 얼굴이 흐릿하여 알아볼 순 없었지만, 애정하는 소설가의 그 시기의 사진을 고스란히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격스러웠다.
한편으론 깃든 역사에 마음이 아리지만,
그럼에도 2023년에 경성 시대를 잠시나마 느낄 수 있기에 추천하는 책 :)
📖 지금 우리에게는 한복을 입고 백화점에서 일하는 숙채의 모습이 어색하지만, 당시에는 백화점 점원들의 복장이 일반적이었고 오히려 식당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을 것이다.
📖 목포에는 두 곳의 지점이 모두 있었고, 그곳에서 이들 백화점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필자가 목포에 방문해 보니 화신연쇄점과 동아상회 지점은 같은 골목에 20~30미터 정도 떨어져 자리하고 있었다. 식민지 시대 구도심으로 쓸쓸함마저 느껴졌다.
📖 순호는 애꿎은 냉면 그릇을 발로 차버리고는 집을 빠져나온다. 안 먹으려면 뒤집어엎지나 말 일이지••. 공교롭게도 <냉면 한 그릇>, <냉면> 두 소설 모두에서 결국 주인공은 냉면을 먹지 못한다. 그 이유는 달랐지만 말이다. 하지만 두 소설에 등장하는 냉면에는 어떻게든 당시 식민지 조선인들의 삶의 무게가 아로새겨져 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서평단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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