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의 세명의 라디오 피디가 들려주는 그때 그시절의 철들지 않은 이야기이다.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더라도 그 안에는 아직 철없는 시절의 향수가 남아있음을 잘 보여주는 가볍고 말랑말랑한 에세이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이후 <응답하라 1994>로 리크리에이트 될 정도로 386세대와 X세대에 끼인 낀세대쯤 되는 70년대 중반에 태어난 우리 세대는 마흔이 되어서야 이렇게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나보다. 무척이나 리얼한 그들의 그때 그이야기들을 통해 남자들만의 수다에 한번 빠져보자.
#톡1.
『압구정 소년들』을 통해 만난적이 있는 이재익의 두번째 글이다.
이재익을 포함해 이 책의 저자들은 나와 동갑이거나 한살 위,아래의 동년배로 보여진다. 그래서 그들이 언급하는 그때 그시절의 추억들은 나에게도 너무나 생생하다. 하지만 나에게 그 시절은 너무나 마음이 시린 시기였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늘 부족한 것에 대한 컴플렉스에 시달리고 있으며, 가끔 어느하나 빠지지 않던 잘나가는 동창들의 소식을 건너건너 들을 때마다 더욱 깊이 자괴감에 빠지곤 한다.
물론 대개는 동창들의 소식 따위는 잊은채 이 자리에서 내가 제일 잘 났소하며 바쁘게 하루를 보내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소설『압구정 소년들』을 읽으면서 느꼈던 어떤 멜랑꼴리가 이 에세이를 읽으며 다시금 떠올랐다.
외모, 성적, 성격, 집안까지 어느하나 빠지지 않는 친구들과 학생회라는 이름으로 어울리며 촌스러워보이지 않으려고 얼마나 애썼는지. 한참 예민할 사춘기에 애매한 외모와 성적으로 까칠한 성격과 가난한 집안을 얼마나 감추고 싶어했는지.
그래도 그 자리에 주저앉지 않고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하는데,
가끔 이렇게 잘난 사람들의 소식(?)을 듣고 나면, 참 오랜시간동안 자괴감에 빠지게 된다.
#톡2.
직장생활 14년.
직업으로 가진 일 말고도 반드시 무언가 하나쯤은 몰입할 일이 필요함은 알겠는데, 그게 뭔지 모르는 상태로 벌써 삼십대의 끝에 서 있다. 정말로 니가 원하는게 뭐야?
회사에서 입신양명할 생각도 없으니 허구헛날 야근하지 말고 work & life는 좀더 균형을 찾았으면 좋겠고, 그러면 육아와 내 욕망의 균형은 어디쯤 잡으면 좋을까. 문제는 내 욕망이 과연 무엇인가 하는거다. 아마 일반사무직인 지금의 일이 내 적성에 안맞는지도 모르겠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랴마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고 있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서글픈가보다.
아직도 나는 방황하고 있는거다.
#톡3.
아무래도 육아나 살림쪽에 덜 신경을 쓰는 남자들의 수다이다보니 여자들의 수다에 비해 좀 쿨하긴 하더라. 아이들얘기 일색인 여자들의 대화에 비해 좀더 소재도 다양하고...
그런데 나도 늘 쿨하고 싶다는 생각에 아이들에게 쿨하게 대했더니 아이들이 애정결핍을 느끼는것 같다. 아이들이 어릴때 만큼은 정말 따뜻하고 넘치는 사랑이 필요한게다.
책에서...
133
<첨밀밀>처럼 볼 때마다 눈물이 나서 각오하고 봐야하는 영화
240
각자의 위치에서 우리는 늘 '진짜로 원하는 뭔가'를 유보하며 살아간다. 그게 우리네 인생사다.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먹고 싶은 것 다 먹고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되랴.
296
인생의 새로운 챕터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이전의 챕터를 닫아야만 한다.
(...)
이때 우리의 발목을 잡는 것이 미련이다. 미련은 새로운 시작을 더디게 만든다. 거스르지 못할 시간 앞에서 우리를 머뭇거리게 한다. 미련을 자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새로운 기쁨을 찾는 것이다. 새로운 챕터에는 새로운 기쁨이 있게 마련이다.
301
자기계발서 같은 책에 보면 결심하거나 결심을 반복하는 것만으로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내 생각에 그건 헛소리다.
(...)
욕망의 충족에서 내 행복은 시작되고 끝난다. 그럼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뭘까? 자신의 욕망에 대해 알아야 한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