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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님의 서재
작고 따뜻한 시작
책읽는 동행자🌾  2023/01/28 22:40
  • 기타 1도 모르는데 4인조 밴드
  • 마스이 준코
  • 11,250원 (10%620)
  • 2023-01-05
  • : 366
#뜨인돌 #기타1도모르는데4인조밴드 #뜨인돌서평 #중딩독서 #F코드 #밴드

“나를 바꾸고 싶다고 생각했다. 나의 전부를.“

같은 자리에 있으면서도 존재감이 흐려지는 사람이 있다. 혹은 쉽게 무시되는 사람. 아마 나오히로가 그런 사람이었나 보다.

그러니 새로운 중학교가 얼마나 부담스러웠겠는가. 그런 나오히로에게 일곱 살 터울의 형은 자신이 밴드에서 사용했던 기타를 주고 집을 떠난다. F코드를 잡을 수 있을 때 기타를 가르쳐주겠다는 말과 함께.

나오히로와 기타와의 만남은 무척 차근차근 진행된다. 몸통을 뒤흔드는 공명에 매료되는 순간이 그 시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Em와 Am를 익힌 상태로 중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지만 예상과 다르지 않게 자기소개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첫 학기를 맞이한다. 스르르 사라지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약간이나마 위로가 되는 것은 기타연습이었다.

큰 갈등 없이 진행되는 플롯이라 심심한 야채볶음을 먹는 기분의 이야기였다. 읽는 데 드는 감정소모가 많지 않고 원활하게 이야기가 진행된다.

작은 터치에도 움츠러드는 댈팽이의 더듬이 같은 나오히로가 조금씩 단단해지는 이야기, 별 거 없는 플롯 속에서 친구가 생기고 그 친구들과 축제의 막간에 연주를 하기 위해 서툰 밴드를 급하게 만들어 무대에 올리는 이야기이다.

자아를 성장시키기 위해 거창한 것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음악실을 청소하다가 우연히 기타의 두 코드만 연주할 수 있어도 친구가 생길 구실이 생기고, 어떤 친구들은 지나치게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작은 소통의 시작이 이심전심의 깊은 경험으로 이어지고, 그렇게 작고 때론 크게 서로를 이해하다보면 어느 새 눈빛으로 대화할 수 있는 친구가 된다.

가족의 포부를 함께 안고 도쿄의 대학으로 진학한 형은 고교시절 엄청난 밴드부의 역사 속에 있었던 학생으로서 결국 한 학기만에 대학을 자퇴하고 음악인의 길로 간다. 그 과정의 갈등이 거의 그려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넘어가버려 일본의 가정 문화는 이게 자연스러운 것인지, 중요하지 않아 가볍게 스치고 지나간 것인지 슬쩍 의아하긴 했다.

이 형에게 나오히로와 세 친구들이 온라인 강습을 받게 된다. 그 배움의 과정에서 최초와도 같은 쾌감과 뜨거움을 느끼며 자신을 깨닫는 나오히로가 귀엽다.

”그래, 한번 열심히 해 봐. 작은 성공을 계속 긁어모으는 거야.“

”내 방이 평소와는 완전히 다른 공간이 된 것 같았다. (…)우리가 내는 소리의 낱알이 아직 여기저기에 떠다니는 것 같아 좋았다.“

친구와 함께하는 것의 기쁨, 스스로 성장하는 것을 느끼며 얻게 되는 기쁨이 슴슴하게 그려진다.

아주 쉬운 책을 아주 천천히 읽었다. 후루룩 읽으면 나오히로의 소외감을 쉽게 건너뛸 것 같아서이기도 했고, 야채볶음의 단맛과 구수함를 알려면 천천히 음미할 필요가 있었다.

F코드의 어려움은 기타를 배워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는 삶의 과정에서 만나는 상징으로 제시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응원의 근원이 되기도 한다. 이 난제를 해결하는 것이 나오히로의 일이면서 동시에 막간의 밴드, 파스‘s 전체의 문제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중학교 1학년에 밴드를 결성했으니, 이 아이들이 몇 년 후는 얼마나 더 멋질까. 거기까지 이야기를 진행시킬 수 있겠지만 그랬다면 오히려 평범한 이야기가 되었지도 모른다. 어떤 초석을 제시하는 이야기. 그걸로 충분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이야기가 자극적이지 않아서 좋았고, 그런 만큼 실제적으로 아이들의 생활에 적용할 만한 논제들이 몇 가지 떠오르는 이야기이다.


어쩌면 현재 한국의 청소년 소설들이 너무 자극적인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친구 살해, 부모 살해..이런 제재를 깔고 있는 이야기들이 너무 흥행해서 오는 불편함이 좀 있었던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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