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안나 작가님의 에세이, <슬픔은 쓸수록 작아진다>를 받았다. 표지부터 서정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분홍색이라 저절로 손이 갈 것만 같은 그런 책.

'지금이책'출판사에서 보내주셨다 :-)

이 책의 전체 주제는 육아하는 엄마를 위한 글쓰기 에세이라고 볼 수 있겠다. 작가님이 아이를 낳고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적어나간 여러가지 상황들이 차곡차곡 모여있다.

당신의 삶에서 가장
많은 인내심을 필요로 하는 부분 중
하나로 육아가 있어요.
p.164
작가님은 타지 생활을 하며 딸을 낳으셨다. 그래서 임신과 출산과 관련한 전문 용어들을 외우셨다고 한다. "One of the aspects of life where you have to practice the most patience is parenting." 정말이다. 나도 육아를 하며 울고 웃고 지지고 볶고 삶고 있지만 육아는 답이 나올만 하면 다시 문제가 나오는 그런 과정을 거치게 된다. 문제가 나오면 답이 나오는 것인가? 아무튼 매체에서 다루는 것만큼 쉬운 문제가 아니란 얘기다. 살아오면서 정말 육아를 하는 만큼 다른 일을 했었더라면, 나는 뭐든지 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후회에서 지금은 육아를 하는 만큼 다른 일을 해보자! 정신으로 바뀐 것 같다.

어쩌면 팀원 A와 팀원 B가 읽고 싶어하는 책을 만들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p.36
출판사에서 재직하던 시절을 회상하며 적으신 글귀다. 핵심 타깃 독자는 어딘가의 30대 여성이였다. 그것은 팀원들이 함께 합심하여 만든 책이다. 팀원들이 읽고 싶어하는 책을 만든 것인지, 아니면 독자가 원하는 책을 만든 것인지 분간이 가지 않으시다며. 멋진 글귀임에 틀림없다. 나도 이런 멋진 말을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고대해 본다.

맞아요, 강해지지 않으면 엄마가 될 수 없는걸요.
p.77
뭐든지 기록을 해두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모래알처럼 흩어져 버린다. 혹은 먼지처럼 날아가 버린다. 종이에 적어두면 그것은 잊혀지지 않는다. 나도 그래서 메모하는 것을 좋아한다. '후에 어떤 재판에 휘말리게 되더라도'라는 부분이 있는데 아주 현실적이라서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 왜냐하면 여성의 입장에서 여성은 아이를 낳자마자 갑자기 경력이 단절되며 하고 싶은 일을 잃은 채 하루종일 집안일을 하고 육아를 하며 자존감을 잃어간다. (남성의 입장에서는 물론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 일을 보통 맡아서 한다. 여성이 피해자라는 것은 아니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자식을 부양해야 할 책임이 생기는 것이다. ) 자식들의 '엄마'로서만 존재하게 된다. 그것을 벗어나기 위하여 엄마들은 뒤늦게 자신을 되찾기 시작한다. 나도 나 자신을 찾기 위해 글을 쓰고 있다.

지성의 힘으로 남편의 외도를 눈감아 주었지만, 그녀의 인생은 이미 사막처럼 황폐해졌다.
p.91
나도 한 가정을 꾸리는 사람으로서, 당연히 신랑이 외도를 하는 상황에 대해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었다. 지금은 장난삼아 나 말고 만나줄 사람이 어디있어? 하고 말지만 결혼 초에는 깊이 생각에 들어간 나머지 우울한 감정을 느끼기도 했다. 이런 보편적인 불륜의 소재는 드라마나 고전 문학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나는 비록 공감성 수치가 높아 피하는 소재이지만, 가끔은 이런 이야기를 읽고 싶어질 때가 있다.

좋아하는 소설을 반복해서 읽고 좋아하는 구절을 적는 행위에는 위대한 치유의 힘이 숨어 있다.
p.119
이 구절이 너무너무 좋았다. 그래 이 구절을 잊지 않기 위해 메모해두었다. 좋아하는 책을 계속 읽으며 몰입할 때, 그리고 필사할 때의 즐거움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은 아마 선생님의 책을 읽고 마음의 위로만 받는 게 아니라 당장 고속터미널에 가서 집 안에 드릴 소품을 사거나 외국어 수강 신청을 할 것 같아요.
p.191
마지막 에필로그가 나오기 전의 구절이다. 그렇다. 나도 조안나 작가님의 책을 읽으며 공감과 희망과 용기를 얻게 되었으니까. 육아라는 전쟁 속에서 이렇게 기록물이 부산되어 나올 수 있다니 얼마나 멋진 일인가. 나도 그래서 이렇게 육아 속에서 리뷰를 적어보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