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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헐적 리뷰의 귀재
  • 일생일문
  • 최태성
  • 16,200원 (10%900)
  • 2021-11-10
  • : 2,494

최태성선생님의 유튜브를 들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선생님은 한능검(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 합격하면 전작 ‘역사의 쓸모’ 를 읽어보라고 권하신다.(후후) 수험생 입장에선 시험에 합격해 선생님의 책을 사는 건 전리품을 수집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합격 증명서를 대신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한능검은 실물 자격증이 없다.) 아무튼 묘한 느낌일 테다. 그래서 다른 수험생들은 모두 합격증명서 마냥 합격 후에 역사의 쓸모를 읽었지만 나 같은 경우 한능검 시험을 보기 전에 선생님의 책을 이미 구입해 읽고 자극을 받아 한능검 공부를 시작한 케이스인지라 시험 합격 후에 선생님의 책을 읽게 되었다며 열광하는 댓글들 사이에서 다소 씁쓸한 표정을 짓곤 했다. 그냥 선생님의 신작을 기다리지 뭐, 생각하면서도 원체 전작이 훌륭한 교양 인문학이었던 터라 차기작이 나오는데엔 다소 시간이 걸리겠다고 체념하던 차에 이번 ‘일생일문’ 출간 소식을 듣고 얼마나 기뻤던지. 마침 sns에서 서평단 모집글을 보게되었고 호기롭게 신청해본 결과, 서평단에 당첨되었다. 따라서 출판사에 도서를 제공받았지만 나의 사심이 가득 담긴 리뷰가 되겠다. 



p.09

역사는 수많은 사람의 경험이 가득 담긴 데이터베이스입니다. 그 양이 너무도 방대해 우리가 선택하고 책임져야 할 미래의 모습이 거의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는 그 역사의 이정표를 참고 삼아 오늘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니 미래를 향한 길 위에서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왜 내 삶은 불행한가’하는 불안에 너무 사로잡히지 마세요. 우리의 걱정에 대한 답을 일생으로 보여준 옛 사람이 이렇게나 많이 있으니까요. 

앞서 언급했지만,

나는 올해 여름, 선생님의 전작을 읽고 한능검 시험을 준비하게되었다.

취준생도, 학생도 아닌 직장 생활 1n년차가 뜬금없이 한능검 공부를 시작할 정도로 최태성 선생님의 전작이 내게 준 울림은 컸다. 학생 때에도 국사라고하면 어려운 것, 암기해야하는 것이라고 인식했던 내가 어쩌다가 선생님의 책을 집어들게 되었는지 그 경위는 기억나지 않지만(아마 베스트셀러여서 읽게 되지 않았을까) 책을 읽고 나서, 나는 나의 선조들, 우리나라의 역사에 대해 알아야만 한다는 어떤 확신을 받았다. 그렇게 시작한 한국사 공부는 한능검 시험 1급이라는 성과로 시작해서, 다양한 역사 인문학을 읽는 쪽으로 발전했다. 예전엔 지루해서 보지도 않았던 역사 채널이나 방송같은 것도 이젠 시대별 흐름과 인물을 파악할 수 있으니 재밌게 보게 되었다. 하지만 역시 가장 재밌었던 건 최태성 선생님이 강의에서 들려주었던 일화였다. 내가 역사에 발을 붙일 수 있게된 기점이었던 선생님의 강의. 이 책은 선생님의 강의에서 짧게나마 들려주었던 역사 속 인물들의 재미난 일화들을 강의보다 좀 더 세세하게 옮겨왔단 느낌을 받았다. 이황이 손자를 크게 꾸짖은 이야기, 의열단 김지섭의 이야기 등 강의 시간에 재밌게 들었었던 이야기들을 읽고 있다 보면 어디선가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리는듯한 이상한 체험(?)을 할 수도 있다.



하나의 질문(챕터)이 끝나면 '역사 속으로 한 걸음 더'라는 페이지와 함께 앞서 다뤘던 이야기들의 보충자료 (용어나, 사건, 사진등의 사료)를 심어줘서, 본문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애써 찾아볼 필요가 없도록 해결해준다.



"제 나이가 서른한 살입니다. 앞으로 31년을 더 산다 한들 재미가 있겠습니까? 인생의 목적이 쾌락이라면 31년 동안 대략 맛보았습니다. 이제는 영원한 쾌락을 위해 독립운동에 목숨을 바치겠습니다."

저는 이 대목을 읽을 때마다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듯해 늘 말문이 막히고 맙니다. '영원한 쾌락'이라는 그의 말이 지니는 생경함과 놀라움 때문입니다. 사실 독립운동가, 역사 속 위인이라고 하면 정말 존경은 하지만, 나와는 너무 다른 사람이라는 거리감을 느끼기 마련입니다. 그토록 숭고한 정신을 나 같은 사람이 어찌 감히 품을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봉창은 우리가 그 시대에 살았다면 주변에서 쉽게 만났을 이웃집 청년처럼, 나라의 안위보단 자신의 안위가 급한 아주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엄청난 전환을 맞이해 독립운동가가 되긴 했지만, 독립운동을 하는 데도 거창한 표현으로 사명감을 드러내는 대신 어찌 보면 세속적으로 느껴지는 '쾌락'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지요.

-세 번째 질문 나는 누구로 살 것인가x영원한 쾌락 p.65

개인적으로 독립운동가 이봉창의 이야기를 재밌게 읽었다. 그가 일본 이름을 가졌었단 사실을 몰랐던 터라 그를 소개하는 페이지 구성이 재밌었다.

약 400페이지 분량의 책이지만 텍스트로만 가득한게 아니라, 매 챕터가 카드뉴스처럼 재밌게 편집되어있고 그만큼 삽입된 이미지나 일러스트가 많기 때문에 컬러감도 있어서 지루하지 않았다. 그리고 앞서 언급했듯이 이 책은 스무개의 질문으로 구성되어있기도하고 하나의 질문에 꼭 한 명의 인물, 하나의 사건을 다루는 것이 아니어서 한 챕터의 호흡이 짧아 읽기 편하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나만의 관점을 만들어야한다고 말한다. 나는 나만의 관점을 만드는데 있어서, 경험, 데이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역사란 논픽션이다. 모든 것이 실화다. 수 천년의 역사가 곧 내 삶과 내 관점을 꾸릴 수 있는 데이터로 존재하는 셈이다. 하지만 그 수많은 역사를 모두 이해하고 받아들일 순 없다. 도덕적, 가치관적 판가름도 중요하지만 우선 그 데이터양이 방대하다는 이유에서다. 이 책은 그런 역사 속 인물들의 행적과 각 사건을 소개하는 역사 서적으로서 다루는 인물과 사건이 많은데도(삼국시대부터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간략하게 정리가 잘되어있을뿐 아니라(알토란같은 400페이지) 최태성 선생님이 이를 소개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역사를 토대로 우리 각자가 사유할 수 있게끔 넌지시 질문을 (스무개나) 던짐으로서 삶의 방향키를 제공해주는 지침서의 역할도 충실히 수행해주고 있다.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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