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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헐적 리뷰의 귀재
  • 아버지에게 갔었어
  • 신경숙
  • 12,600원 (10%700)
  • 2021-03-05
  • : 3,429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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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게 갔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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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으로도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 새하얀 표지로 가제본된 책을 받아 읽고

서평을 적기 위해 블로그에 들어와 이제사 처음으로 정식 책표지를 보는데 책에서 느낀 씁쓸함,

 아련함, 인생의 고단함, 가족과의 추억 같은 것들이 잘 느껴지는 표지다.

 

이 책의 화자, 육남매의 넷째이며 작중 작가인 헌은 딸을 잃고 한동안 고향과

고향에 계시는 부모를 멀리했다. 하지만 투병중인 어머니가 서울에 있는 셋째 오빠의 집에

 머물게되면서 J시에 홀로 남게된 아버지가 걱정된 그녀는 아버지를 돌보기위해 수년만에

J시로 향했다. 그런데 간만에 뵙게 된 아버지는 수면장애로 새벽만 되면 주무시다가도

벌떡 일어나 부엌을, 방을, 집 안밖을 휘젓고 돌아다니신다. 너무 놀란 그녀는

전화로 어머니와 약사인 여동생에게 물어봤더니, 너(언니)만 몰랐다는 투다.

아버지의 수면장애는 마음의 병과 관련이 있었다. 과묵했던 아버지. 육남매의 아버지.

그런 아버지의 병세와 아버지의 젊은 시절을 교차해가며 이야기는 전개된다.

아버지가 마음에 병이 생긴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이 아버지를 이토록 밤에 잠들지

못하게 한 것일까. J시의 평범한 농부였던 아버지의 삶, 그 과거엔 일제강점기부터 남북전쟁, 유신정권, FTA까지 한국 근현대사에 굵직한 사건들이 녹아있었다. 책을 읽는 내내

 아버지의 수면장애가 대체 어떤 경험으로부터 비롯되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알 거 같았다.

하지만 저 시대를 직접 경험해보지 않은 세대가 쉽게 그 마음 알아요ㅡ 라고 하는 건

 경우가 아닌 거 같다.

농촌인 J시의 농부로 생을 살던 아버지가 겪은 경험들은 따지고보면 동시대를 살아온 모든

우리네 아버지들의 경험일 것이다. 자식인, 손주인 우리는 그들의 남은 여생을 어떻게

돌봐드릴 것인가. 나의 아버지를 그리며 책을 들었지만 내용 전개상 나의 아버지의 아버지를

 떠올렸던 소설. 내게 그 시절, 그 땐 그랬어 하면서 이야길 늘어놓으시던 아버지의 아버지에게 전화 한통이라도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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